제주연구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소비 감소 폭은 44.6~48.8%로 나타났는데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에 달한다.
어민과 수산시장 상인 등 100만명에 이르는 수산업 종사자는 울상이다. 오염수 우려에 운영하던 횟집을 포기하는 곳까지 나왔다. 제주에선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자연산만을 고집했지만 정화수 방류를 앞두고 불안한 횟감을 제공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간판을 내린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염수 1리터를 마실 수도 있다"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또 "일본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방사능 무해론자이자 원전 찬성론자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 2014년엔 "핵물질에 특별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으며 핵은 화재만큼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언한 적 있다. 동의할 수 없을뿐더러 전문가로서 자질에 의구심까지 드는 대목이다.
백번 양보해 학계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연구원은 반대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할까? 연구원 측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현지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찰단이 실질적인 검증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시료 채취' 등 오염수 안전성을 자체 검증할 길은 일본 반대로 막힌 상태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시료 채취는 IAEA(국제원자력연구기구)와 일본 역할이며 우리 시찰단은 절차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염수 보관·정화·방류로 이어지는 주요 시설을 보겠다는 정부 요청에 일본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일본 측은 시찰단과 관련한 정부 간 협의를 '설명회'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비슷한 시찰단을 파견했던 대만도 설명만 듣고 돌아간 바 있다.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보다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리적으로 더 인접해 있음에도 중국만큼 날 선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우리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란 평가다.
정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체적인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는 4~5년 후에야 우리 해역에 들어온다. 오염수 방류로 유입되는 삼중수소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에 양과 비교해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반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남중국해·동중국해를 통해 짧은 경로로 오게 되면 제주도까지 7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올여름 오염수를 방출하면 올 연말 우리 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뮬레이션은 일본 정부가 제공한 데이터에 기반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오염수가 후쿠시마 연안에서 시작해 태평양까지 흘러갈 때 여러 방사성 물질이 가라앉으며 바닥에 있는 어류에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정치권에선 공포가 과학을 삼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비과학'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광우병 사태와 빗대 '괴담'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 과학은 과학이 아닌 미신일 뿐이다. 국민 건강에 대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우병 사태 때 국민의 요구는 더욱 깐깐하고 안전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요건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윤석열 정부 1년. 연설문엔 경제·국민·자유 언급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수산·유통업 등 '경제'적 타격과 '국민'의 건강할 '자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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