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재편···'톱 글로벌 과학기업' 도약10년 사이 3대 '신성장동력' 변화···수처리업만 핵심 사업서 배제ESG 강화 차원에서 수처리 필터 사업 강화···잇단 수주로 주목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2030년까지 현재 매출의 두 배가 넘는 60조원 달성을 목표로, 3대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소재·전지소재·글로벌 신약을 지목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전지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3대 신성장동력의 매출 비중은 2022년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올라설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산업의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지난 20년간 10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뤄왔다"며 "지금의 기후위기와 디지털 대전환, 포스트 팬데믹으로 인한 산업계의 대전환기 역시 LG화학이 '톱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도약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처리 사업, 10년 새 3대 핵심사업에서 '배제'
그동안 다른 경쟁업체들이 주력 분야인 기초소재에 집중할 때, LG화학은 새 사업 발굴에 주력하며 힘을 쏟아왔다. 최근 잇단 수주를 따내며 주목받고 있는 '수처리 사업' 역시 과거 LG화학이 콕 찍었던 미래먹거리 중 하나다.
앞서 지난 2014년 4월 LG화학은 해수담수화용 RO(역삼투압)필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NanoH2O(나노에이치투오)사를 인수하며 수처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15년에는 충청북도 청주에 RO필터 전용공장 상업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청주공장 2호 라인 증설을 완료,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당시 박진수 LG화학 전 부회장은 배터리·수처리·바이오를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수처리 사업의 경우 산업용·가정용 등 시장에 신규 진입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오는 2018년 반드시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약 10년이 흐르는 사이 수처리 사업은 LG화학의 핵심 사업에서 배제됐다. 배터리와 바이오는 지금까지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반면, 수처리는 회사 내 비중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실제로 수처리 사업은 독립적인 사업부가 아닌 첨단소재사업본부 산하에 자리하는 데 이어 지난 2019년 말에는 나노H2O의 중국법인인 나노H2O장수까지 청산했다.
친환경 흐름 타고 기회 '활짝'···4년 새 점유율 '2배' 증가
다소 주춤했던 수처리 사업은 최근 친환경 흐름을 타고 재차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탈석유화 흐름이 나타나자 해수담수화에서도 친환경적 담수생산방식인 RO필터방식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끓여 증발해 담수를 생산하는 기존 다단증발방식(MSF)와 다단효용방식(MED)과 달리 RO필터는 높은 압력을 가해 물 분자를 농도가 낮은 쪽으로 통과하도록 해 정화하는 방법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특징이 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2019년 신학철 부회장 취임 이후 ESG 강화 차원에서 수처리 필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2018년 10% 수준이던 점유율을 4년 만에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LG화학의 역삼투막은 염분 제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99.89%에 달한다. 바닷물을 통과시키면 염화나트륨 분자 1만개 중 단 11개만 남을 정도다. 박막 나노 복합체(TFN) 기술로 나노 입자를 막 표면에 입혀 염분 제거율은 유지하면서도 타사 제품보다 유량(flux)은 20% 이상 많다. 높은 압력이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같은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 속에서 LG화학도 이달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해수담수화 RO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수주 활동에 나섰다. 올 연말까지 3만개 규모 역삼투막을 아쉬도드 담수화 플랜트에 공급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스라엘 지역 대형 수주를 바탕으로 지중해 지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덥고 건조한 지중해 연안은 식수 대부분을 해수담수화 시설에 의존하는 만큼, 고성능 역삼투막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수담수화 시장은 고성장 시장은 아니지만 최근 '친환경' 기조와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다"며 "3~4년 주기로 교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성은 있다고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리튬 추출 분야를 새로운 돌파구로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 염호에 녹아있는 리튬을 얻기 위해서는 물을 증발시켜 농도를 높여야 하는데, RO필터를 활용하면 리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9대 염호 리튬 추출 사업 중 5개는 RO필터 방식이 쓰인다. 최근에는 LG화학도 중국 중신그룹의 궈안 리튬 추출 프로젝트에 RO필터 1만여 개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중국 RO필터 시장은 매년 8% 이상 성장해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2조 2,000억원(119억 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LG화학은 중국과 남미의 다른 염호 리튬 프로젝트에도 RO필터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형훈 RO필터사업담당 상무는 "세계적인 리튬 수요 급증에 발맞춰 전지소재와 RO필터 분야의 리더십을 결합해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리튬 생산 공정을 개발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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