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윤인상, 만 34세에 사내이사 선임경영 능력 검증 안 돼···'상속·증여세'도 관건'휴노랩' 등 계열사 지분 및 배당금 활용할 듯
관건은 상속세 마련과 윤 이사의 경영자적 능력 입증인데, 업계는 오너일가가 고배당 정책과 계열사 지분 등으로 상속 또는 증여세 마련 준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경영업무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윤 이사의 경영 능력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오너3세, 사내이사로···부친 일찍 여읜 윤 회장, 승계 속도?
26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윤 이사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휴온그룹의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는 2대 경영자인 윤성태(59) 회장의 아들(인상·연상·희상) 중 장남으로, 지난 2018년부터 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작년 6월 휴온스글로벌 이사로 승진했다. 현재 휴온스글로벌의 지분 4.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오너의 자녀가 사내 등기임원직을 맡는 것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곤 한다. 1989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윤 이사가 이사 승진 9개월 만에 사내이사로 올라선 데에는 그룹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그룹을 맡게 된 윤 회장의 과거 경험이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윤 회장은 휴온스그룹 창업주인 고(故) 윤명용 회장의 외아들이다. 외국계 회사인 한국IBM에서 근무하다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1992년 광명약품 대리로 입사했다. 광명약품공업사는 휴온스그룹의 전신으로, 지난 1965년 설립됐고 1987년 광명약품공업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했다.
1997년 고 윤 회장이 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윤 회장은 33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물려받았다. 무리한 시설 투자로 인한 자금압박, IMF금융위기, 공장화재 등의 고난을 헤쳐 나가며 그룹을 키워 나갔다. 그는 사명을 1999년 광명제약으로, 2003년에는 휴온스로 변경했다.
200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2016년에는 '휴온스글로벌'을 가운데 두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제약 부문의 휴온스, 에스테틱 부문 휴메딕스, 뷰티패키징 부문 휴엠앤씨, 보툴리눔톡신 및 바이오신약 개발 부문의 휴온스바이오파마, 의료기기 부문 휴온스메디텍, 바이오의약품부문 휴온스랩, 건강기능식품 부문 휴온스푸디언스 등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 휴온스USA‧휴온스JAPAN 등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그룹으로 키웠다.
휴온스글로벌이 휴온스, 휴메딕스, 휴엠앤씨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 정점에는 윤 회장이 있다. 그는 휴온스글로벌 지분 43.7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배당 늘리고 가족회사 등판···'가업승계' 작업 일환인듯
윤 회장이 승계 작업을 서두르는 모습에 대해 업계는 다소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윤 회장 슬하에 3명의 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일찌감치 완성해 두면 갑작스러운 오너 부재에 따른 리스크와 형제들간 경영권 분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기업을 개인 회사처럼 자녀에게 상속을 하는 행태만 보면 부정적인 시각이 나올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있다"라며 "반대로 보면, 마지막까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형제간의 다툼이 일어나면 그 또한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약품이나 롯데그룹처럼 지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부친이 떠나면 경영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승계 작업이 빨리 이뤄지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권 승계에 진척이 이뤄지기 위해선 윤 이사의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한 상태다.
업계는 윤 회장의 오너일가가 상속·증여 등에 활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휴온스그룹은 지난 2월 배당금을 상향하는 내용의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이익 환원과 ESG경영 실천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거나 오너 일가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때 현금 배당 성향을 늘리곤 한다.
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배당정책'에 따르면, 그룹은 3개년(2023~2025년) 간 주당 배당금을 직전 사업연도 배당금 대비 최소 0%에서 최대 3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배당 형태는 현금 배당으로 결산 배당과 중간 배당도 실시한다.
작년 기말 배당금은 휴온스글로벌 주당 500원, 휴온스 주당 600원, 휴메딕스 주당 50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에 윤 회장은 지주사에서만 28억원을 배당받았다. 자회사 휴온스, 휴메딕스 배당액을 합친 총금액은 31억원이다.
계열사를 활용해 지분을 매입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휴온스글로벌이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31일 기준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에 계열회사인 휴노랩이 0.37%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신규 등록됐다.
휴노랩이 처음으로 신규 주주명부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초다. 당시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휴노랩은 휴온스글로벌의 보통주 지분 0.08%(9850주)를 보유해 대량보유내역과 특수관계자 보유내역에 이름을 올렸다.
휴노랩은 윤 이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지난 2008년 1월 설립됐고 컴퓨터시스템과 설계, 자문 사업 등을 영위한다. 휴온스글로벌의 지주회사엔 소속되지 않은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알려지는데, 윤 회장의 차남과 삼남 또한 휴노랩의 이사회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휴노랩이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물려주는 수단이 되거나 증여 등에 대비한 재원 마련의 창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시각이 나온다.
윤 이사를 포함한 오너일가는 이 밖의 휴온스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도 지분을 두고 있는데, 승계 자금 확보를 위해 배당금 수익 또는 지분 매각 등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적 능력·인성 입증 과제도 남아
승계 과정에서 일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윤 이사의 경영 능력도 입증될 필요가 있다.
앞선 관계자는 "아직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승진이 빠른 감이 있다. 30대 CEO가 많은 시대에서 젊은 나이에 이사직을 맡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나 역량이 없는 사람이 맡는다면 문제가 되겠다"며 "인성이나 직원들에게 대하는 태도 등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 내 경영진들이 전반적으로 이익 극대화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이사는 미국 에모리대 화학과 출신이다. 휴온스 로컬사업본부, 마케팅실, 개발실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해 창립 57년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는데, 일각에서는 윤 이사의 경영수업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작년에 선임된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는 윤 회장의 대학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1983년 한양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휴온스글로벌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올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740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 12%, 18.4% 성장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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