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얘기를"···당국 IFRS17 세부기준에 '설왕설래'

금융당국, 31일 IFRS17 적용 세부 기준 발표

업계 "추정치 잘못됐다면 예실차에서 판가름"

금융당국은 31일 IFRS17 세부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부기준 마련이라는 게 현재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당국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 당연한 이야기다. 각 보험사들이 추정치를 잘 못 잡았다면 예실차(예상과 실제 비용 차이)에서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인데 지금은 어떤 보험사가 얼마나 실적 뻥튀기를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

금융당국이 '뻥튀기' 실적 논란에 새회계기준(IFRS17) 세부기준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과 보험료 산정 반영 기준을 제외하고 대부분 원칙적인 얘기라는 소리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제2차 신제도 지원 실무협의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률, 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사별 경험통계(예: 5년 이상)를 이용해 특정 기간까지 보험금 증가율 추정 후 특정 기간(예: 6차년도부터 15차년도까지) 동안 보험금 증가율을 조정도록 했다. 갱신보험료는 경험통계를 이용해 1차년도 위험손해율을 추정한다. 이후 특정기간 동안 목표손해율로 수렴하도록 보험료를 조정하라고 제시했다.

무·저해지 보험이나 고금리 상품은 해약률이 높지 않은 것을 반영, 좀 더 현실적인 해약률을 반영하라는 뜻을 전했다. 두 상품군은 계약을 해지했을 때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크지 않아 일반 보험상품과 같은 해지율을 적용할 경우 보험사 이익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될 수 있어서다. IFRS9에 따라 CSM(보험서비스계약마진) 상각시 보험계약 서비스에 투자 서비스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보험부채 내 위험조정(RA)을 상각하기 위해선 기시 시점과 기말 시점의 기초자료를 동일하게 사용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IFRS17 세부기준은 일부 보험사가 자사 회계 추정치를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급히 마련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IFRS17 상에서 미래 수익을 측정하는 CSM이 신뢰할 수 지표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IFRS17 제도 특성상 각 사의 자율적인 계리법으로 회계를 정리하는 게 원칙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 보험사가 가정한 추정치가 잘못됐다면 예실차에서 문제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의 우려가 너무 앞서간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이후 보험사의 예실차는 생·손보사 모두 5% 이내로 금감원이 보는 적정 수준에 부합했다. 앞서 정해석 보험리스크제도실장은 "첫 시행을 한 1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회사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예실차는 그렇게 크게 걱정되지 않는 부분이고 계리적 과정의 적정성을 찾아가는 자정 기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CSM 부풀리기 지적이 우려될 만한 상황이 아니며 제도 정착까지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FRS17 적용에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도 다수인 만큼 새회계제도가 단기간에 정확한 비교 척도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과조치는 IFRS17을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여건의 보험사들이 제도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보생명, 농협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포함돼 있어 경과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절대적인 비교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IFRS17은 기본적으로 자체적인 산정 기준을 가지고 회계를 정리하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각 사가 무리하게 실적을 부풀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새회계제도를 적용한 뒤 보험사 순위가 예상 못한 수준으로 뒤바뀌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실제보다는 과한 우려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