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파이브가이즈···'인앤아웃'만 남아미국 서부만 고집했던 경영원칙 '기류 변화'"글로벌 테스트 시장으로서 한국 평가 높아"
인앤아웃 버거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고객들이 오전 6시부터 대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고 오픈 직전에는 건물 뒤쪽까지 300m가량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10시 30분 오픈과 동시에 준비된 버거는 모두 판매됐다.
이날 행사에선 인앤아웃 대표 메뉴인 더블더블 버거, 애니멀 스타일 버거, 단백질 스타일 버거 등 3종 버거를 500개 한정 판매했다. 번(빵)과 패티에 쓰이는 소고기 등 주요 재료는 미국 현지에서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루이스 에르난데스 인앤아웃 매니저는 "아시아 국가 중 오직 한국에만 찾아왔다"며 "아직 정식 매장 오픈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더 자주 찾아와 한국 소비자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인앤아웃은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9년 세 차례 한국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국 법인이 없기 때문에 미국 본사가 직접 주관했는데 오픈 때마다 준비된 메뉴가 모두 판매되고 많은 시민이 몰리며 장사진을 이뤘다.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인앤아웃은 쉐이크쉑(2004년), 파이브가이즈(1986년)와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며 셋 중 역사가 가장 길다.
인앤아웃은 보수적 운영으로 유명하다. 신선한 재료를 당일 배송할 수 있는 위치에만 매장을 낸다는 경영 원칙 때문에 미국 서부 일부 주에서만 운영해 왔다. 냉동이 아닌 냉장 재료만 고집하며 음식도 주문이 들어와야 만들기 시작해 '패스트푸드'보단 '슬로우 푸드'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런 까닭에 매장 수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385개에 불과하며 해외 매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인앤아웃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상표권 보호'를 목적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앞서 인앤아웃은 지난 2012년 한국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상표권 등록 이후 3년간 '실체적 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 상표가 소멸할 수 있다. 이에 3~4년 주기로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앤아웃 창립자 손녀인 린지 스나이더가 지난 2010년 회사 경영을 맡은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앤아웃은 지난 1월 테네시주 내슈빌에 2026년 지점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지점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하는 것으로 미 동부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방침의 일환이다.
린지 스나이더가 "테네시 확장을 계기로 다른 주에서도 개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더 동쪽인 '시카고 지점'의 등장도 가능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수제버거에 대한 한국 소비자 수요가 커졌다는 점도 인앤아웃 진출에 힘을 싣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2배 커졌다.
인앤아웃을 제외한 3대 버거가 모두 한국에 들어오면서 인앤아웃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쉐이크쉑이 2016년 SPC그룹을 통해 한국에 문을 열었고, 한화갤러리아는 내달 서울 강남에 파이브가이즈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 반응이 즉각적이고 빨라 '글로벌 테스트 시장'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와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버거인 '슈퍼두퍼'는 해외 첫 매장을 한국에 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앤아웃의 국내 진출이 쉽지는 않겠지만 들어오기만 한다면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면서 "현지 맛과 분위기를 어떻게 구현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국내 업체와 손을 잡을지가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앤아웃이 상표권을 등록하고 유지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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