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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대차 이미지 바꾸는 정의선 회장의 품격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정훈의 인더스트리

현대차 이미지 바꾸는 정의선 회장의 품격

등록 2023.06.07 13:48

수정 2023.06.07 13:52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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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현대차가 드디어 헤리티지의 가치를 아는 브랜드가 된 거 같다."

지난달 이탈리아 현지에서 열린 '포니 쿠페' 복원 행사를 본 일부 네티즌 반응이다. 헤리티지가 없다고 깎아내리던 자동차 애호가들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정의선 회장이 이탈리아로 가 포니 쿠페를 공개한 깜짝 이벤트는 지난 49년의 시간, 즉 반세기 역사를 재조명하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차를 좋아하는 이들은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다. 포니 디자이너였던 여든넷 노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정 회장과 회동했기 때문이다. 그 둘은 복원한 포니 쿠페 앞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님과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다"며 포니 역사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포니 쿠페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공개됐던 포니의 형제 모델이었는데 전시만 됐을 뿐 양산되지 못했다. 현대차의 설명을 빌리자면, 포니 쿠페는 당시 석유 파동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양산이 늦춰졌고 홍수로 도면과 차량이 유실되며 끝내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게 됐다. 현장에선 "기회가 된다면 (포니 쿠페) 양산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정 회장의 언급도 관심을 끌었다.

포니는 '현대(Hyundai)' 로고를 미국에 알린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1986년 미국에 진출해 초기엔 품질이 떨어진다고 조롱받기도 했지만 향후 현대차가 북미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밑거름이 됐다. 포니 디자인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날 포니는 한국이 자동차 생산 세계 5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주춧돌이 됐다.

정의선 회장은 MK(정몽구 명예회장)시대를 끝내고 2020년 총수로 올라 3세 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유연한 조직 만들기와 소통 키워드로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자율 복장 도입과 유연근무제, 임직원 타운홀 미팅 등은 MZ세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비해 매스컴에 친숙하지 않다는 일각의 편견을 그간 소통 행보를 통해 날려버렸다.

최근 정 회장은 '보수적인' 현대차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전경련 회관을 찾은 정 회장은 국민소통프로그램(갓생 한끼)의 멘토로 나섰다. MZ세대 30여 명과 햄버거로 점심을 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은 미래 비전 등을 주제로 대화하며 오전에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을 공유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현대차 총수를 생각할 때 다소 상상이 가지 않는 격의 없는 모습이었다.

올 초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회에선 젊은 직원들과 기념 셀카에 직접 응해 친근한 CEO로 다가서려는 노력도 보였다.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들의 수업에 참석한 것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최근 정 회장은 연세대에서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를 주제로 사례연구 토론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현장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이날 정 회장은 밤늦게까지 맥주를 겸한 뒤풀이에서 학생들과 화기애애한 대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선 이런 정 회장의 노력에도 현대차 내부 변화는 아직 더디다는 시선을 견지한다. '현대차=군대식 조직문화'라는 인식이 이젠 많이 변했음에도, 현대차가 더 세련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진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MK시절 임원이 된 사람들이 아직 그룹사 곳곳에 남아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뼛속까지 체질 개선을 하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란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분명한 건 속도감 있게 현대차가 달라지고 있고, 그 중심엔 정 회장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대차는 더 이상 제조업 카테고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글로벌 IT기업과 일하는 방식이 비슷해져야 한다. 현대차를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품격을 응원한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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