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팅 선봬"···메타버스 수요 기대늦어진 LGD, "기술적 격차 좁힐 수 있어"이노텍·삼성전기, 카메라·반도체 기판 공급
우리 기업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LG 관계사는 몰입감 있는 영상을, 삼성전기는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짓는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의 제품이더라도 대중성이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애플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MR(혼합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애플에 따르면 스키 고글 모양의 비전 프로는 전통적인 화면의 경계를 초월해 무한한 캔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의 눈, 손, 음성 등을 통해 제어되는 완전한 3D(3차원)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선보일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비전 프로를 내놓으며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며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 프로는 사용자들에 엄청난 경험을, 개발자들에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R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생태계의 일환으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사이의 개념이다. AR은 현실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하고 VR은 현실과 단절된 가상의 환경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뜻한다. AR과 VR의 특성을 섞은 MR은 현실과 가상공간 정보를 결합해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청각, 촉각까지 접목하며 사용자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비전 프로와 관련해 CNN 등 외신에선 '미래를 본 것 같다', 'MR 헤드셋 산업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의 새로운 디바이스 출시로 국내 기업에 수혜가 발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및 LG이노텍을 비롯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 등이 대표적이다.
비전 프로는 1.3인치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해 한쪽 눈에 4K 해상도를 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기존 OLED 패널의 구동 층이 유리 기판이라면 마이크로 OLED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실리콘이 쓰여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리며 픽셀(화소)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수준이라 높은 휘도(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생생한 몰입감을 2300만개 픽셀을 밀집시켰다. 이는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픽셀 하나에 비전 프로 픽셀 64개가 사용되는 수준이다. 또 특수 제작된 반사 굴절 렌즈와 결합해 뛰어난 정밀도와 선명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초고화질을 제공하는 만큼 공급 가격도 기존 패널 대비 높게 책정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대비 원가가 크게 상승한 부품은 신규 탑재된 OLEDoS 디스플레이로 추정된다"며 "판가는 패널 1장당 350달러로 기기에 패널 2장이 탑재되어 총 700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폰14 프로 맥스에 탑재된 OLED가 94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 판가는 약 7배 상승한 것"이라고 했다.
비전 프로에 쓰이는 마이크로 OLED는 소니가, 외부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 가격이 20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사측은 반도체 기술을 디스플레이 제작에 응용하기 위해 지난해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았고 CES 등 각종 행사에 마이크로 OLED를 전시하는 등 응용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소니는 그동안 자사의 뷰파인더 등에 오랫동안 OLEDoS를 공급하고 있었으나 우리 기업은 OLEDoS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 체계를 구축한 소니가 비전 프로의 초도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의 WOLED 기술은 OLEDoS에도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며 "기술적 차이가 있더라도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전 프로의 12개 카메라 중 LG이노텍은 비행시간측정(ToF)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카메라는 굴곡진 표면에서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ToF는 카메라로 피사체에 빛을 발사해 빛이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이를 3D 디지털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LG이노텍은 ToF를 2020년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애플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 FC-BGA는 CPU(중앙처리장치) 등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해주는 기판을 뜻한다. 비전 프로에는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세서 M2와 카메라와 센서 등이 입력한 정보를 처리해주는 R1이 탑재됐는데 키움증권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기는 M2용 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기술이더라도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R 기기 공급이) 미진하지 않으려면 얼리어답터(Early-Adopter)에서 일반 대중들까지 흡수가 되어야 한다"며 "기술표준이나 대중화가 되지 않을 경우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구글 글래스도 한때 기술적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로는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납득할 수 없다면 기술표준으로써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에 경영학적으로 수용이 되려면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삶 속에서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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