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주도 제품들, 당뇨약 성분으로 효과↑주1회 투약·경구용 등 환자 편의성 높여 육성치료제 없는 'NASH'로 적응증 확대하기도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 분야 중 하나는 비만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1년 32억달러(약 4조1792억원)에서 오는 2026년 46억달러(6조7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들은 당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던 성분으로 치료효과를 높였거나 환자들의 투여 편의성을 증대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작용제(GLP-1 RA) 계열이다. 일반적으로 당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던 성분이다. 위고비 또한 지난 2017년 '오젬픽'이란 이름의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았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증가시키고,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의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포만감 또는 충만감의 감각을 초래하며, 천연의 GLP-1 호르몬수치로 가능한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돼 미국 규제당국에서 비만의 장기치료로 승인한 약물이다. 또 혈액-뇌 장벽을 더 잘 통과할 수 있어 체중 감량 효능을 높인다는 특징이 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14년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1일1회 투여 방식의 삭센다는 당뇨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비만치료제로 사용돼왔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주사 횟수는 주 1회로 줄여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최근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도 주 1회 피하주사 방식이다.
또 마운자로는 GLP-1과 더불어 또 다른 호르몬인 'GIP'에 이중 작용해 위고비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운자로는 처방의사의 전문적 판단 하에 비만 치료제로 오프라벨(허가외 사용)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해 처방실적이 5억달러(6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비만을 적응증으로 한 허가는 연말쯤 이뤄질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환자 편의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경구용(먹는)으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고용량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후기 임상 시험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의 체중을 15%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회사는 올해 말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일라이 릴리의 '올포글리프론' 또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마운자로에 비해선 체중감량 효과가 작지만 투약방식이 편리해 시장에서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화이자는 먹는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었으나 독성 우려로 최근 계획을 중단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참가자의 간 효소 수치가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화이자가 개발을 시도한 '로티글리프론' 또한 GLP-1 기반의 치료제다.
이에 회사는 임상시험 단계인 또 다른 경구용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차별화된 작용기전으로 효과를 높인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체중 감소는 물론 혈당 조절까지 유도하는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 중이다. 이는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킨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83회 미국 당뇨학회(ADA)에서 발표된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또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티드보다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포도당, 트리글리세라이드, 총 콜레스테롤(T-CHO)과 같은 대사 지표들에 대해서도 티르제파티드 대비 우수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항상성 모델 평가(HOMA-IR)에서 인슐린 및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개선을 확인해 향후 당뇨병으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뉴로보 관계자는 "DA-1726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효과적인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이 기대된다"며 "DA-1726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차질 없이 제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GDF15 억제제 기전의 'YH34160'를 개발 중이다. 뇌에 존재하는 GDF15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을 억제,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올해 미국 임상 1상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바 있는 유전성 비만치료제 'LB54640'을 개발 중이다. 올해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LB54640'은 G단백 결합 수용체 일종인 MC4R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다. MC4R 작용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배고픔이 지속되는 과식증으로 인해 비만이 심화돼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현재까지 MC4R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는 미국 제약사 리듬 파마슈티컬의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가 유일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당뇨 신약으로 허가받은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에 식욕억제제 성분을 결합한 'DWP306001'을 연구 중이다. 올해 상반기 임상 2상 진입이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2020년 사노피가 반환한 장기지속형 GLP-1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후속 개발을 통해 비만 등 대사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당뇨·비만 치료제를 NASH 신약으로 적응증을 변경·확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 관계없이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간경화, 간암, 간부전 등 심각한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은 2~4%, 미국의 경우는 3~5%에 달하지만 신약개발이 어려운 분야여서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때문에 신약이 출시될 경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데이터 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NASH 치료 시장 규모는 2029년 272억 달러(약 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에스티와 뉴로보의 'DA-1726'은 NASH 치료 효과도 확인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실시한 비임상에서 비알콜성지방간질환 치료 효과 측정 기준으로 사용되는 NAS와 간 섬유화, 그리고 간독성 지표 및 대사 지표들에 대해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뉴로보는 NASH 치료제 'DA-1241'도 개발 중으로, 최근 FDA로부터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DA-1241'은 GPR119 작용제 기전의 혁신신약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으로부터 기술반환된 비만 당뇨 치료제 'HM12525A'(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적응증을 NASH 치료제로 변경하고, 2020년 미국 MSD에 재수출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수용체와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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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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