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2023서 바이오 인력난 해결 방안 모색 인천 송도로 기업 몰리며 인력 이동 예상산‧학‧연 연계 부족···정부 지원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이 필요한 고급인재 확보를 위해선 산-학-연 연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TM팀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3(BIX2023) 기조강연에서 최근 바이오기업간 인력유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2년 내 또 한번의 웨이브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팀장은 "L사가 인천 송도에 캠퍼스를 짓겠다고 발표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송도로 이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때 대규모 인력 이동이 예상된다"며 "각 회사는 이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를 필두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몰리고 있는 바이오클러스터 지역이다. CDMO 사업 내 포트폴리오 확장을 준비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본사를 판교에서 송도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까지 연구·공정개발(R&PD) 센터를 완공하고 2025년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CDMO 사업을 본격화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도 송도에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기 위해 부지 확보 및 시설 착공 준비에 나섰다.
현재 롯데바이오는 삼성바이오와 인력 유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출신 직원들을 대거 채용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삼성바이오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이원직 프로를 롯데지주로 영입, 지난해 롯데바이오로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삼성바이오는 여러 차례에 걸쳐 롯데바이오 측에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으며,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롯데바이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팀장은 "법적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경험 금지에 해당하는 직무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다른 회사에 가서 동일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경우 그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IT쪽이면 IT기술일 것이고 바이오는 R&D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인력유출의 근본적 원인이 부족한 인재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7년 바이오 인력 수급조사 및 양성방안 수립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산업 전체의 산업기술 인력은 2026년까지 연평균 3.5%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인력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고급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팀장은 "바이오기업에 근무했거나 트레이닝 받은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채용을 진행할 때면 (국내 기업끼리) 뺏고 빼앗는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우리는 백신 제조회사이다 보니 면역학에 포커스된 연구개발자가 필요한데 찾기가 어렵다. 보통 생명공학 쪽에서 연구했던 분들은 암세포 관련 연구를 많이 했고, 정부도 그쪽으로 지원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면서 감염병 대책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지만 관련 인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정부 과제들을 늘려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로만 보면 시장이 작기 때문에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는데 RA(인허가) 전문가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받을 때 필요한 RA인력 육성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인재풀을 확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학·연·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형 딜 영업부서 사업리드는 "조사 결과, 한국에서는 연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석사 학위 이상의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38%에 달했다. 양성된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중급인력의 실무 역량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니즈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급인력이 대부분 학계로 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오히려 석박사급 인력은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이 트렌드"라고 부연했다.
김홍석 종근당 연구기획실 이사는 "종근당 연구소 인력만 360명이 넘는다. 행정직무를 제외하고 모두 석사 이상"이라며 "나름 안정적인 회사이기 때문에 지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기업 입장에선 바로 연구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중간급 이상의 실무 담당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며 "제약산업에서도 AI 등 IT기술이 필요해졌지만 직원을 뽑아서 양성하면 1년 후엔 IT 대기업으로 넘어간다. 대학에서도 제약사를 추천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모른채 지원한다"며 "예전에는 산‧학‧연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계 전문가들이 강의도하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교류가 없어 학교는 학교대로, 제약은 제약대로 따로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교수들은 국가과제를 따내기 위해 지원을 요청한다. 그렇게 되면 관점이 틀어지게 된다"며 "대학 교양강의나 대학원 등에서 산‧학을 연계할 수 있는 과정이 마련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 상무는 "바이오산업쪽이 아무래도 석‧박사 학위 비중이 높은 편이라서 고급인력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벤처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대학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산업계로 오는 게 필요하지만 막상 대학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산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산‧협력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산‧학 프로젝트, 인턴십 등 스킨십 프로젝트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일반 채용절차에서 채용하기 어려운 인재들을 스타트업이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도 대학에 이런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문제는 양적인 부분에 너무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손 상무는 정부가 지원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명, 몇 건 등 양적인 면에 치중하다보니 할당 목표가 너무 많아 해내기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대학에서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 인턴십 등에 학생들을 보내곤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기가 된 다음에 와야 기업에서도 실무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니 기업 필요도는 가중된다. 오히려 대학이 구애를 많이 하지만 기업 쪽에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런 인재 양성 프로그램들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손 상무는 "물론 산학 협력에서 좋은 사례도 있다.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질적으로 추진한 뒤 양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글로벌 인재영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사업리드는 "미국은 O-1 및 이민 비자 발급이 활발하다. 논문이나 수상이력이 있는 경우 해당 비자 발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고급 제약바이오 인재들이 쉽게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우리 회사 직원들 중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닌 사람은 1%가 안 된다. 임원 중에서는 전체 18%가 한국 국적이 아니다. 동종업계 유명 회사들도 전체 구성원의 1.4%가 글로벌 인력이도 임원은 30%정도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인재들이 걱정하는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조인(join)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많다. 육아 문제나 문화에 적응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며 "비자나 이주 준비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상무도 "해외 컨퍼런스를 방문해보면 그곳에서 채용 활동들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적합한 인재를 찾더라도 후속 단계에서 비자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험이 있는 인재가 부족하고, 단기간 양성되는 부분도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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