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한화생명 재신청 이후 진척 없어정부 '가명정보 활용 확대 방안' 발표로 기대감↑하반기 복지부의 의료데이터 개방 지침 마련도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은 보험업계 숙원사업 중 하나다. 앞서 보험사들은 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요청했지만 2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국민의 건강 정보를 민간 보험사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모든 정보를 가명으로 받을 뿐 아니라 공공의료데이터 연구를 통해 보장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건보공단 중재안도 다 수용했는데"···진척없는 데이터 개방
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은 2021년 하반기부터 2년여 간 답보 상태다.
보험사들은 2020년 데이터 3번 시행에 따라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근거가 마련되면서 건보공단에 데이터 제공을 요청했다. 보험업계는 지난 2021년 7월 심사평가원 공공데이터 활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심평원 자료는 1년 단위 자료라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건강보험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성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이에 당시 5개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생명·현대해상)는 건보공단에 공공의료데이터 사용 신청을 했지만 건보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보험사가 제출한 연구계획서가 지나치게 상품 개발에 치우치는 등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한화생명은 즉시 건보공단 데이터 개방 심의위의 지적사항을 개선해 사용 승인 재신청을 단독으로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심의가 보류된 상태다.
여기에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건보노조의 반대 입장이 반영됐다. 이들은 민간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위험률이 높은 가입자를 배제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공공데이터가 공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선 안된다는 것인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공의료데이터에도 의료인들의 지적재산권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 논의에서는 개방을 하더라도 민간 기업 거버넌스 구축이나 안전한 활용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건보공단은 지난해 10월 보험사에 대한 자료 개방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특정 집단이나 국민에게 불이익 금지 ▲건보공단과 학계 등 공동연구 수행 ▲연구결과 활용 시 건보공단 동의 필요 등 내용이 담겼다. 보험업계는 중재안을 모두 수용했지만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커 갈길이 멀다.
세간의 우려에 대한 보험업계 입장은 이렇다. 현재 공공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법적 근거와 규제가 있는 만큼 보험사가 데이터를 악용할 소지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료데이터 연구를 통해 여성전용보험 등 사각지대 보장 확대,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 보건의료 분야 연구 지원 확대 등 사회적 이익도 크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공의료데이터가 마케팅 등에 재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불가한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데이터를 신청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연구계획서'를 제출한 뒤 이메 맞는 데이터의 통계값만을 외부로 반출할 수 있다. 데이터는 모두 가명 정보로 개인 식별이 불가하고 연구 후에는 자료 폐기까지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게다가 의료데이터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경우 관계 법령으로 처벌 받는 법적 제재도 마련돼 있다.
공적 보장 영역인 국민건강보험 기능 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간보험 보장 범위 확대를 통해 오히려 사회안전망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64.5% 수준인 것을 고려할때 데이터 연구를 통한 다양한 보험 상품 개발로 고령자, 유병력자에 대한 보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데이터를 보험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할증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보험업계는 "모든 보험상품은 보험개발원의 요율 승인에 이어 금감원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악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명정보 활용 방안'···공공의료데이터 개방 앞당길까
지지부진했던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에도 점차 물꼬가 트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21일 공공데이터 개방 촉진·가명정보 활용 확대를 위한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을 21일 발표했다. 그간 가명정보 활용 현장에서 제기됐던 ▲가명정보 활용을 위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해소 ▲가명처리·결합 절차 이행부담 및 제약요인 개선 ▲가명정보 활용 인프라·지원 등을 해소하고, 가명정보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신뢰 기반 데이터 활용체계를 한 차원 진일보시키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평가기준에 '가명정보 제공·활용' 관련 평가항목이 신설된다. 가명처리된 공공데이터를 공개해 달라는 민간의 요청에 공공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 골자다. 개인·가명정보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안심구역'도 시범 도입한다.
이날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2020년 8월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가명정보 제도는 가명처리를 통해 프라이버시 위험은 낮추면서도 개인정보를 보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오늘 발표하는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은 그간 현장에서 제기돼 온 문제들을 개선하고, 가명정보 활용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 분야에 '제로 리스크(Zero Risk)는 없다'라는 말을 전제로 데이터 개방을 진일보 시키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보 활용이 유연해질 기미가 보이면서 업계는 앞서 신청한 사용 신청에 대한 답변은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새다. 올해 하반기에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공공의료데이터 사용 승인 결정권은 건보공단에 있고, 아직 데이터 사용 승인 전례가 없는 만큼 활용 허가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심평원이 보험사에 데이터 개방을 승인했던 당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으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던 만큼 건보공단 역시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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