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반도체·바이오 등에 450조 투입 시스템 반도체, TSMC 추월 위한 기반 조성대형 M&A 주춤, 대신 신성장동력 투자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경영 복귀를 공식 선언한 지 오는 15일 1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회장 승진 후 국내 사업장을 순회하며 리더십 강화를 위해 바쁜 행보를 보였다. 올 들어선 잇단 해외 출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 각 계열사의 투자 전략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인공지능(AI), 신성장IT, 바이오, 전장 등 미래 먹거리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반도체 업황은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고 IT 세트(스마트폰·PC·가전)도 높은 재고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미래 기술 투자'를 강조하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목숨 걸고 한다" 기술 초격차 유지 안간힘
"숫자는 모르겠고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지난해 삼성이 5년간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이 언급한 말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AI·차세대통신) 등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2026년까지 45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투자된 330조원 대비 120조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년간 7조5000억원의 투자를 발표했으며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4월 2026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에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특히 주력 먹거리인 반도체 부문의 초격차는 삼성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제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며 삼성은 여전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5%로 TSMC(60.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오히려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분기 대비 4.1%포인트 더 벌어진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평택과 미국 테일러에 이어 국가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용인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한다. 평택 3라인은 올해 하반기 파운드리 제품을 본격 양산하며 미국 테일러 1라인은 올해 하반기 완공돼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7년 삼성전자의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 확대된다.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2025년 모바일향을 시작으로 2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가며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공정,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대규모 적자로 시설투자 비용을 대폭 줄이는 와중에도 역대급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삼성전자 상반기 반도체 부문 누적적자는 약 9조원에 달하나 시설투자에 25조3000억원을 집행했으며 이 중 23조원이 반도체 부문에 쓰였다.
'제2의 반도체 찾아라' 바이오·신성장 IT·전장 육성···대형 M&A는 '불투명'
'제2의 반도체' 육성을 위한 미래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장기간 투자해 온 바이오 사업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1년 설립돼 업력은 짧으나 지난해 글로벌 매출 규모 4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연이어 수주를 따내며 지난달 연간 수주 금액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6월 화이자와 1조20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노바티스와 5000억원대 CMO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를 구축 중이며 2025년 4월 5공장이 가동되면 78만4000L의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AI·6G·로봇 등 신성장 IT 분야 투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2021년 8월 3년간 240조원 투자 발표 때에도 AI, 로봇, 차세대 통신 등을 주요 투자처로 꼽은 바 있다. 삼성은 전 세계 7개 지역에 글로벌 AI 센터를 운영 중이며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 선점 및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등 삼성의 다양한 계열사가 뛰어든 전장사업도 주요 먹거리로 꼽힌다.
삼성SDI는 지난해 첫 미국 투자에 나선 뒤 올해도 GM, 스텔란티스와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 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차량용 OLED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서버, 모바일과 함께 자동차가 미래 3대 응용처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차량용 반도체에 힘을 주고 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빅딜'은 여전히 뚜렷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올해 초 한종희 부회장이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해 주목 받았다.
단 업계에서는 어려워진 반도체 업황으로 삼성의 현금흐름이 악화됐으며 반도체의 경우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합병 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 진 만큼 연내 '빅딜'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빅딜' 대신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지분투자나 M&A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를 확보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29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이매진은 연내 합병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연내 대규모 M&A는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삼성은 M&A에 특화된 기업은 아니다. 내부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며 유망한 해외 벤처기업, 스타트업 중심으로 인큐베이팅과 인수합병을 노리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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