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 경영계약서에 '벌금형 이상 선고 시 연임 방지 조항' 삽입

1심 벌금형 이상 선고 시 '연임 미응모 권고'

오는 30일 주총서 김 후보 선임안 표결 예정

KT가 차기 대표의 불법 행위로 인한 벌금형 이상 선고 시 연임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항을 경영계약서에 삽입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KT이사회가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재발 방지를 위해 대표 선임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KT 대표이사 후보와 KT 이사회가 체결한 경영계약서에 김 후보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거나 불법 행위를 함으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을 입히고, 그로 인해 1심에서 벌금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 이사회 결의로 연임에 응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삽입됐다. 임기 중 벌금형을 선고받은 구현모 전 대표 사례를 반영한 듯한 내용이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KT 전·현직 임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사건에 연루됐다. 당초 구 전 대표는 이런 문제에도 연임 가도에 이상이 없었지만 지난 2월 여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치자 연임을 포기했다.

이번 공개된 경영계약서에는 김 후보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 1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주주총회를 통한 해임 절차를 밟기 전에 KT 이사회가 자체 결의로 사임을 권고할 수 있고 김 후보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적혀 있다.

KT 이사회는 김 후보의 경영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도 가졌다. 매년 경영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사후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장·단기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이때 보수 지급을 결정하는 이사회 의결에 대표와 사내이사는 참여할 수 없게 했다.

후계 구도 역시 KT 이사회 논의 없이 함부로 정할 수 없다. 김 후보는 차기 대표 후보 육성·관리 계획과 승계 후보 임면에 관한 사항을 8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계약서에는 김 후보가 이사회 구성 독립성을 보장하며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KT는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 후보 선임과 함께 해당 경영계약서 승인 안건도 표결에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