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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운송 과정서 발생한 탄소도 합산"···'프랑스판 IRA'에 K배터리 울상

산업 에너지·화학

"운송 과정서 발생한 탄소도 합산"···'프랑스판 IRA'에 K배터리 울상

등록 2023.08.30 15:01

수정 2023.08.30 15:14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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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운송까지 탄소배출 점검···"보조금 자격 저해"보조금 차등 지급, 유럽으로 확산될 듯···가격 경쟁력 비상현지 생산 나서는 韓, "점유율 유지 무리···증설 서둘러야"

"운송 과정서 발생한 탄소도 합산"···'프랑스판 IRA'에 K배터리 울상 기사의 사진

프랑스가 전기차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까지 계산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조치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성격이 유사해 전기차 기업으로선 가격 경쟁력에 부담을 안게 됐다. 배터리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유럽한국기업연합회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이른바 '프랑스판 IRA'에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프랑스 정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잠재적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는 지난 5월 '녹색산업법안'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개편안 초안을 예고한 바 있다. 초안에는 전기차 생산부터 해상 운송을 비롯한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반영해 '환경 점수'를 매겨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일정 점수에 미달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우리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상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계산할 경우 프랑스와 거리가 먼 국내 지형 특성상 보조금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무협은 의견서에 "해상 운송 탄소배출계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며 "이는 프랑스에서 먼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전기차에 불이익을 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강한 탓에 이번 법안은 프랑스판 IRA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단일시장 관련 규정에 따라 이번 법안이 단일시장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면 최대 18개월간 시행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제3국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EU의 제동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배터리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탄소 배출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는 만큼 현지 생산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프랑스판 IRA가 유럽에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면서 생산량 증설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하는 건 지역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기에 프랑스판 IRA가 EU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유럽에서 60%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배터리 공급량을 볼 때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며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고 생산량 증설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 3사는 모두 유럽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생산거점을 뒀다. 유럽 캐파(CAPA : 생산능력은)는 향후 계획된 물량까지 더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100GWh, 삼성SDI 67GWh, SK온 47.5GWh 수준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은 에코프로가 유럽에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4월 국내 양극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헝가리에 위치한 생산공장은 연 10만8000톤(t) 규모로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 시설을 확충 중인 포스코퓨처엠도 유럽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8일 포스코퓨처엠 '비전공감 2023 행사'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윤영주 에너지소재전략실장은 "IRA와 같은 이익이 유럽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를 따져 진출할 예정"이라며 "현재 대형 OEM과 배터리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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