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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2세 승계 가능성은 제로?

유통·바이오 패션·뷰티 지배구조 2023|이랜드②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2세 승계 가능성은 제로?

등록 2023.09.13 16:51

수정 2023.09.14 09:57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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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오너가' 리더 배치···독립성·책임경영 집중박성수 회장 지배력 굳건···경영권 승계 염두박성경 전 부회장 지분 '0'···승계 가능성 낮아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2세 승계 가능성은 제로? 기사의 사진

이랜드그룹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자 기존 조직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가운데 창업주 박성수 회장이 굳건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2세 승계' 방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이랜드그룹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유통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커서다.

핵심 계열사에 '젊은 CEO'···미래 혁신 가속화
이랜드그룹은 '비(非) 오너가' 젊은 리더를 경영 전면에 배치해 미래 혁신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등 전문성과 젊은 감성으로 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이랜드월드는 지난 2019년부터 최운식 대표가 맡고 있다. 최 대표는 '스파오'를 국내 최대 SPA(제조·유통·판매 일괄형)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로 꼽힌다.

1978년생인 최 대표는 서강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3년 이랜드에 입사해 그룹의 핵심 부서를 거쳤다. 이후 2007년에는 아동복 브랜드 '베이비헌트' 브랜드장을, 2017년에는 글로벌 스파오 비즈니스유닛장을 지냈다. 현재는 이랜드월드 대표직과 한·중 패션 총괄 대표 역할을 함께 맡으며 중국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지배구조와 사업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지주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윤성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198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6년 이랜드에 입사해 인사 업무와 해외사업 등을 두루 경험했다. 이후 2016년 이랜드그룹 인사실장과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2018년 이랜드파크 CFO를 역임했다.

특히 윤 대표는 이랜드파크의 재무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2020년 이랜드파크 대표이사직에 올랐는데, 당시 윤 대표의 나이는 39세로 그룹 내 30대 임원은 최초였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이랜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의 황성윤 대표도 1982년생으로 업계 최연소 CEO로 꼽힌다. 2008년 이랜드에 입사한 황 대표는 이랜드파크 외식BU 인사총괄, 이랜드파크 애슐리 브랜드장을 거쳐 지난 2021년 수장 자리에 올랐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정간편식(HMR)과 배달 서비스, 애슐리퀸즈 업그레이드 등 혁신적인 과제를 진두지휘하며 외식사업 부문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낸 공을 인정받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월드의 또 다른 중간지주사 이랜드인베스트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을 배치한 점도 주목된다.

이랜드인베스트를 이끌고 있는 이윤주 전무도 이랜드월드 CFO다. 지난 2003년 이랜드 재무부서장을 거쳐 이랜드그룹 재무본부장과 중국법인 CFO, 이랜드리테일 CFO 등을 역임한 이 전무는 재무 분야에 특화된 커리어를 바탕으로 30여년간 이랜드를 책임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이러한 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은 박 회장의 안배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경영에 참여하는 동안 대외활동을 지나치게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문경영인들 역시 외부 활동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박 회장이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한층 강화시킨 덕분에 각 계열사를 맡고 있는 경영진들도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책임경영과 소통경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 회장 자녀, 보유 지분 '제로'···가업 승계 향방 불분명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2세 승계 가능성은 제로? 기사의 사진

그렇다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박 회장의 2세 승계 가능성은 정말 없는 걸까. 업계에선 박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가업 승계를 고려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박성수 회장 부부가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랜드월드의 오너가 지분율은 박 회장이 40.67%(191만9027주), 박 회장 부인인 곽숙재 여사가 8.06%(38만405주) 등이다. 이 부부의 지분율을 합치면 이랜드월드(44.76%·211만2103주)보다 3.97%P 높다. 이는 박 회장이 단단한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부친과 달리 자녀가 현재 이랜드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은 '제로(0)'다.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향방이 뚜렷하지 않은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박 회장은 곽 여사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지만 '은둔형 경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외부적으로 노출된 자녀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박 회장의 여동생인 박성경 전 이랜드그룹 부회장 자녀로의 승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박 전 부회장은 지분이 거의 없어 승계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박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이랜드파크와 이랜드월드 대표직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젊은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왔다.

이랜드그룹의 창업공신으로 꼽히는 박 전 부회장은 경영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이랜드 개인 주식을 단 1주도 소유하지 않았다. 2019년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까지도 보유한 주식은 없다.

이로 인해 업계는 굳건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박 회장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박 회장이 향후 자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자녀가 이랜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현재로선 박 회장이 증여 외엔 자신의 회사 지분을 나눠줄 방법과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젊은 경영인분들이 탄탄하게 구축돼 있고 성과를 잘 내고 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상황은 없다"며 "(박 회장의) 자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정보도 내부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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