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종양학회 ESMO서 신약 연구결과 대거 공개'렉라자' 병용요법 3상 결과 기대···내년 美 승인 가능성CPHI선 삼바·롯바 등 CDMO 기업 출격···대표 직접 나서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는 20~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 참석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 최대 규모 암 학회인 ESMO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힌다. 전 세계 종양학 전문가와 글로벌 빅파마 등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가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발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와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현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의 이중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를 병용 투여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다.
앞서 얀센은 지난 2018년 렉라자를 기술이전 받아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을 1차 치료요법으로 연구하는 글로벌 임상3상 '마리포사'(MARIPOSA)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렉라자는 글로벌 허가 가능성이 높아진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조합이 2025년 연 매출 최대 50억 달러(약 6조77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얀센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마리포사 탑라인에서 긍정적 결과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분석 결과 렉라자+아미반타맙은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전체 생존 기간(OS) 역시 실험군(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대조군 대비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PFS는 종양 성장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을, OS는 치료 시작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항암제 효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마리포사와 관련한 자세한 데이터는 렉라자 관련 임상들을 이끌어 온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오는 23일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얀센이 이날 발표 이후 미국 규제 당국에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 승인을 신청한다면 내년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LB는 현재 간암 치료제로 FDA 본심사를 진행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다이호약품의 '론서프'를 병용 투여한 대장암 임상 1b·2상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한다. 현재 회사는 리보세라닙에 대해 간암에 이어 빠르게 신약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적응증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ESMO에 유럽 주요 제약사들과 유럽 내 리보세라닙 유통 및 판매를 위한 파트너십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행사장 내 대형부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ESMO에서 AI 분석 데이터들이 포함된 면역항암제 'GI-101'의 단독요법 1/2상 임상 결과 업데이트와 집단 약동·약력 모델링·용량 선정 근거 등을 발표한다. 회사는 AI의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생존 분석 '랜덤 서바이벌 포레스트'를 통해 GI-101 투여 후 면역세포가 증가할수록 무진행 생존 기간이 현저히 증가함을 연대 세브란스 채동우 교수팀과 함께 밝혀냈다.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총괄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사대비 현저히 낮은 독성으로 항암 NK 세포 등을 증가시킬 수 있는 GI-101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임상 초기 단계에 기술이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pan-RAF 저해제 '벨바라페닙'과 로슈의 MEK 저해제 '코텔릭'(코비메티닙) 병용요법의 국내 임상 1b상 결과를 23일 공개한다. 벨바라페닙은 제넥텍에 기술이전한 신약이다.
신라젠은 신장암 대상 항암바이러스 '펙사벡'과 미국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 병용요법 임상 2상 결과를 ESMO에서 발표한다.
신라젠과 리제네론은 지난 2017년 신장암 임상 관련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병용 임상을 진행해 왔다. 현재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임상결과보고서(CSR) 도출을 앞두고 있다. 해당 임상은 항암바이러스의 정맥 투여(IV) 방식 및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재발한 환자에 대한 연구가 임상 디자인에 포함돼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아울러 작년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BAL0891' 임상 1상 연구 개요도 임상시험 단계(Trial in Progress) 부문에 채택돼 발표된다.
'BAL0891'은 TTK, PLK1을 동시에 저해하는 최초의 MCI 계열 약물이며,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전이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로노이, 에이비엘바이오, 메드팩토, 티움바이오 등도 ESMO에서 임상결과를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루닛도 ESMO에 참가한다. 루닛은 AI 바이오마커(생체지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암 치료효과 예측 유효성 등을 입증하는 9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루닛은 지난 2021년부터 매년 ESMO에 참석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루닛은 이번 학회에서 진행성 담도암(BTC), 두경부 편평세포암(HNSCC), 비소세포폐암(NSCLC) 등 여러 암종에 대해 AI 바이오마커를 적용, 치료 반응 예측력을 높이고 임상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 스코프는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바이오마커 플랫폼으로, 이를 통해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여나가고자 한다"며 "이번 학회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연구 분야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4~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제약·바이오 전시회(CPHI)에도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CPHI는 지난해 전 세계 170여개국 2500개 기업이 참가하고 4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이한 세계 최대 박람회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고객사 미팅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존림 사장은 회사의 글로벌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고객 만족' 경영전략을 내세워 속도, 품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객사의 목표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투입하고 영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0년부터 GSK부터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 화이자까지 주요 빅파마와의 첫 수주 계약을 시작으로 빅파마 고객사를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톱 빅파마 20곳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과 지속적인 접점을 만들며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작년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도 바이오USA, CPHI 등 유수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에 참석해 회사만의 경쟁력을 알리고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일본 현지 시간)까지 일본 요코하마의 '파시피코 요코하마 내셔널 컨벤션 홀'에서 열린 'BIO Japan 2023' 퍼런스에도 참가해 아시아권 기업과의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모색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건립을 계획 중으로, 1공장 착공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 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 리터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며, 1개의 플랜트 당 12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을 가능케 할 계획이다. 아울러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에 대한 추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1·2·3공장은 각각 2025년, 2027년, 2030년 준공 및 2034년 전체 완전 가동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2034년 기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 역량은 미국 시러큐스 사이트 4만 리터를 포함해 총 40만 리터에 달할 전망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그룹도 이번 행사에서 대규모 단독부스를 열고 글로벌 파트너사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116m² 단독부스에서 체험형 기기와 다양한 행사로 회사 알리기에 주력했으나, 올해는 189m²로 규모를 대폭 키워 여러 미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6개의 미팅룸 위주로 부스를 구성했다.
또 올해는 박소연 회장이 전시회 기간 전일 참여해 고객사 미팅을 직접 챙기며 행사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링에 주력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박 회장을 중심으로 지난달 생산 전진기지 업무협약(MOU)을 맺은 닥터레디스,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 어코드 헬스케어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추가 사업 협력 논의를 위한 다수의 미팅이 예정돼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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