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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기아만 날았다···'신차·전동화'가 갈라

산업 자동차 2023 車 결산

현대차·기아만 날았다···'신차·전동화'가 갈라

등록 2023.11.30 07:33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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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랜저 앞세워 안방서 유일한 두 자릿수 성장 한국GM·KGM 내수부진 수출로 만회···르노 '최악의 해'전기차 못 팔면 벌금 폭탄···내년 틈새시장 공략 관건

현대차·기아만 날았다···'신차·전동화'가 갈라 기사의 사진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올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수와 수출 모두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합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GM과 KGM(KG모빌리티)은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한 가운데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무려 30%대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신차효과와 전동화 전환 속도가 희비를 갈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350만502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내수시장에선 무려 12.6%나 성장했고, 수출도 6.9% 늘었다. 안방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완성차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올해 현대차의 내수 성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가 이끌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그랜저의 내수 판매량은 9만9682대로, 전체 차종 가운데 유일하게 9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넓은 실내공간, 풍부한 편의사양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도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의 1~10월 글로벌 판매량은 213만85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8.3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내수 판매량(46만8835대)은 7.3% 증가했고, 수출(213만8508대)은 8.5%나 급증했다.

기아의 내수 판매량은 제네시스를 합친 현대차보다 떨어지지만 판매 톱10에서는 현대차를 추월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아 쏘렌토(6만9460대), 카니발(6만1410대), 스포티지(5만8485대)는 나란히 내수 판매 2~4위를 기록했다.

5위는 현대차 아반떼(5만6363대)가 차지했지만 기아 셀토스(4만3512대)와 레이(4만2809대)가 6,7위에 올랐다. 이어 제네시스 G80(3만9616대), 현대차 팰리세이드(3만7364대), 투싼(3만7193대)이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기아만 날았다···'신차·전동화'가 갈라 기사의 사진

"내수‧수출 쑥쑥"···현대차‧기아 3분기 만에 영업익 20조 돌파
내수와 수출 모두 판매를 늘린 현대차‧기아는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예고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무려 20조7945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3분기 만에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건 1999년 현대차의 기아 인수 이후 처음이다. 4분기는 자동차 시장의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나란히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만 놓고보면 현대차‧기아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6조6869억원)은 전기차만 파는 테슬라(약 2조4000억원)의 약 3배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10%대의 현대차‧기아가 테슬라(7.1%)를 앞섰다. 3분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합산 순현금은 236억달러(약 32조원)로, 테슬라(약 31조3000억원)보다 7000억원 가량 많았다.

반면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중견 3사의 내수 판매는 대부분 부진했다. 한국GM(GM한국사업장)의 1~10월 내수 판매량은 3만3525대로, 3만3340대를 기록했던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만9713대 판매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트레일블레이저(6689대)의 부진과 스파크의 단종이 성장 폭을 제한했다.

다만 한국GM은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수출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GM의 1~1월 수출물량은 33만6063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7%나 폭증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69.3% 증가한 36만9588대를 기록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에서 부진하지만 북미 시장에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5만9317대 판매되며 국산차 누적 수출 1위에 올랐다.

KGM도 한국GM과 마찬가지로 내수보다 해외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KGM의 1~10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4% 떨어졌지만 수출은 30.10% 증가한 4만8032대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면서 전체 판매량도 9.8% 증가한 10만2820대를 달성했다. 내수에선 핵심차종인 토레스의 판매가 감소했으나 중동, 동남아 등 해외 판로를 넓힌 결과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극심한 부진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르노코리아의 올해 1~10월 판매량은 9만29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8%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내수 판매는 1년 만에 57.6%나 감소했고, 수출도 24.7% 줄었다.

내수 시장 늘었는데 중견 3사 점유율은 하락
르노코리아는 지난 10개월 동안 내수 시장에서 1만857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한 달 평균 2000대도 팔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한 국산차 시장(120만3574대)의 수요가 대부분 현대차‧기아에 집중된 셈이다.

한국GM과 KGM, 르노코리아가 부진에 시달리면서 국산차 10대 중 9대 이상은 현대차‧기아로 채워졌다. 지난해 10월 기준 88.10%였던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3.0%p 늘어난 91.1%까지 치솟은 상태다. 중견 3사 가운데 올해 국산차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심화된 쏠림현상의 배경으로는 '신차효과'가 첫 손에 꼽힌다. 스파크를 단종한 한국GM은 올해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앞세워 역성장을 막았지만 내수 최하위로 굳어진 르노코리아는 올해 신차 출시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오래된 구형 모델을 신차로 구입하려는 국내 소비자는 거의 없다"며 "현대차‧기아는 올해 풀체인지(완전변경)은 물론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까지 지속적으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갖춘 신차를 출시해 판매 라인업을 강화한다면 주춤했던 판매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제공토레스 EVX. 사진=KG모빌리티 제공

국산차 내년 최대 과제는 '전기차 판매 확대'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내년부터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해야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14%(2024년 기준/현대차‧기아는 18%)를 무공해차로 채우지 않으면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를 내야해서다. 일단 기여금 납부는 3년 간 유예되지만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3개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 기여금의 규모는 2026년 150만원, 2029년 300만원으로 인상된다.

KGM과 르노코리아의 핵심 시장인 유럽도 지난해 10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GM의 수출 텃밭인 미국도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우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이 내연기관차 퇴출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전동화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KGM의 전기차 라인업은 최근 출시된 토레스 EVX 뿐이고, 한국GM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없다. 쉐보레 볼트EUV는 올해 1584대 판매됐으나 전량 수입된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이브리드 SUV(오로라 1)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무공해차'에 속하지는 않는다.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프로젝트인 '오로라 3'는 올해 상반기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올해는 현대차‧기아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중견 3사의 틈새전략이 보이지 않았다"며 "전기 승용차 대신 전기버스를 앞세워 국내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처럼 상용 전기차 등 전략적인 전동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견 3사의 존재감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공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차별화된 홍보 전략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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