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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대급 실적' 현대차·기아, 계속 우상향하려면

오피니언 기자수첩

'역대급 실적' 현대차·기아, 계속 우상향하려면

등록 2023.12.13 07:59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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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나란히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부터 14년간 1위를 지켰던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왕좌를 내주게 됐습니다.

증권가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조4000억원, 12조5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두 회사의 전망치를 합치면 무려 28조원에 달합니다. 올해 3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현대차‧기아는 기존 연간 기록인 17조원을 1년 만에 갈아치웠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은 '역사적 고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상됐던 신차 가격이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여파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우호적이었던 환율도 점차 내려가는 추세죠.

특히 미국에서의 급성장은 현대차‧기아가 잘한 것도 있지만 일본 브랜드들의 생산 차질 영향도 컸습니다. 지난해 부진했던 혼다와 닛산의 올해(1~11월)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2%, 24.2%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률은 12.2%, 14.1%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 속도입니다. 물론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국산 전기차들의 경쟁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신차인 아이오닉5 N과 EV9도 올해 톱기어 어워즈에서 올해의 차로 뽑힐 만큼 상품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전동화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동차 부품기업의 80% 이상은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인데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매출의 90% 이상을 내연기관차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직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지 않지만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을 땐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지난 2021년 8월 자동차 부품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발의된 미래차특별법은 2년 만인 지난 8일에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미래차 특별법은 미래차 기술개발, 인력양성, 사업전환, 공급망 안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품업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차특별법은 향후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지만, 본격 시행은 공포 6개월 뒤에나 가능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탄소중립 규제 대응을 위해 제품부터 생산공정에 이르기까지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바뀌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환 전략은 순항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품업계는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급망이 흔들리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험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선 생산설비와 생산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지원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구호성 정책만으론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그룹도 부품업계와의 상생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부품사들을 쥐어짜 낸 과거와 이별할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어섰지만 부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머물고 있죠. 그래서 내년부터 본격 운영되는 상생협의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부품사의 수익성 제고와 전동화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등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익과 판매량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완성차 업계, 부품업계가 '원팀'으로 똘똘 뭉쳐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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