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수정 소급법 도입에···3분기 순익 20.5% '뚝'전진법 적용하면 더 나빠져···메리츠화재, 턱밑 추격정종표 "잠재력·추진력, 추격 따돌리기에 충분" 자신
정종호 DB손해보험 대표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질책을 쏟아내며 아쉬움과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사전에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사후에 더 치밀한 대응을 했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성공과 실패는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는 '선패유기(善敗由己)'의 자세로 업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처럼 정 대표가 신년사부터 지난해 아쉬웠던 소회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임직원들에게 올해 더 강력한 추진력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은 지난 3분기 실적이 미끄러지면서 2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DB손보는 지난해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2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역시 전년보다 4.9% 감소한 1조3962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누적 매출액은 13조50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644억원으로 5.2% 감소했다.
3분기 순이익은 3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나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과 매출 또한 각각 22.3%, 5.2% 줄어든 4824억원, 4조7462억원으로 집계됐다.
DB손보의 실적이 주춤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새 회계제도(IFRS17)을 도입하며 순이익이 하락한 탓이 컸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전부터 보수적으로 전진법을 적용한 경쟁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의 경우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DB손보는 그간 소급법을 적용하다 3분기 전진법과 소급법 양 방안을 담은 절충안인 수정 소급법을 도입하며 순이익이 하락했다.
전진법을 적용하면 DB손보의 실적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전진법을 적용한 DB손해보험의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820억원으로 수정소급법을 적용한 순이익(1조2624억원) 대비 22%나 감소한다. 소급법에 대한 조건부 허용은 지난해까지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진법이 적용되면 실적 편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3분기는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 사고 등으로 해외 일반 보험 부문에서 700억원가량의 손실까지 발생했다. 금리상승 등 영향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FVPL) 평가손실로 500억원이 반영된 영향도 컸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3363억원을 기록하면서 DB손보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3분기 당기순이익만 따로 보면 4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증가했는데, 이는 삼성화재(4295억원)와 DB손보(3699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IFRS17에서는 장기보험이 CSM 확보에 유리하다. 계약 기간이 긴 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에 집중했다. 지난해 1~3분기 장기보험 손익은 1조2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반면 DB손보의 장기보험 손익은 1조530억원으로 2.4% 줄었다.
보험손익 외 투자손익 또한 메리츠화재(1834억원)가 DB손보(690억원)보다 앞섰다. 이런 추세가 계속한다면 DB손보를 완전히 제치고 2위 자리에 설 가능성도 있다.
DB손보는 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만큼 메리츠화재의 위협을 떨치고 2위를 수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정 대표는 신년사에서 매리츠화재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잠재력과 추진력은 추격을 따돌리고 앞서 나아가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전략 방향으로 '회사 가치 성장을 위한 전 영역의 구조적 수익성 확보'를 내세웠다.
정 대표는 "장기보험 CSM 확대를 위해 PA 채널에서는 1위사(社) 대비 격차를 축소하고 GA 채널에서는 철저한 수익성을 전제로 적정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화된 신상품 발굴 및 포트폴리오 운영을 통해 CSM 성장을 견인하고 손실부담계약 유입을 제어하고 저가치 계약을 리모델링해 신계약 수익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지난해 수립한 요양·펫보험 등 미래시장 선도를 위한 사업모델들을 본격 추진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디지털 혁신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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