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 中에 3년 연속 전 세계 수주량 1위 내줘조선 3사, 지난해 흑자 완전체 달성···호실적 성공"中 저가공세 안 무섭다"···韓조선사, 기술력 우위
조선사 '제2의 부흥기'···올해도 호실적 이어간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해 각각 흑자 전환이란 쾌거를 거뒀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22개, 12개 분기만에 영업이익을 올렸다.
앞서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10년간 업계 불황으로 조(兆) 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선박 건조 물량과 엔진 납품 수량 증가 등으로 조선사 모두 각각 호실적을 기록했고, 네 자릿수대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도 세 자릿수대까지 내려왔다.
호실적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선가가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들의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LNG운반선 가격은 2억6500만달러로, 연초(2억5000만달러) 대비 무려 1500만달러 상승했다. 초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가격도 각각 800만달러, 1900만달러 올랐다.
지난해 호실적은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1분기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이어진 견조한 수주 실적과 고정비 감소 효과, 선가 회복, 원자재 가격 인상 둔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에만 총 239억5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157억4000만달러)의 141.9%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조선 3사 중 유일한 목표 달성으로, 조선사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실적이다.
지난해 한화그룹 품으로 편입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이들 기업보다는 수주 실적과 흑자 전환 시기도 늦었으나, 특수선 중심의 수주로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우리나라 해군이 발주한 잠수함 24척 중 17척을 건조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계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들 모두 초호황기에 접어들면서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고, 이들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신조선가도 고공행진하면서 대형 조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밀려드는 일감에···조선업계 "양보다 질"
국내 조선사들은 무리한 수주가 아닌, 수익성 위주의 선박만을 골라 수주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근 몇 년간 대규모 수주로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향후에는 글로벌 수요가 많은 친환경 선박 등을 수주해 실적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조선 3사는 오는 2026년 인도 예정 물량 계약이 전부 완료된 상태다.
밀려드는 일감에 목표치도 보수적으로 잡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135억300만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 목표액보다 약 14.2% 줄어든 수치다. 업계는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올해 목표치를 낮게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의 주력 선종은 LNG 운반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이다. 전 세계 탄소중립 기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환경규제도 강화돼 친환경 선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기존 50%에서 100%로 감축하는 강화된 계획을 내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건조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더욱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韓이 한수 위"···저가공세에도 '꿋꿋'
다만 중국은 꾸준히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어 가격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한국이 스마트십 등 선박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어 발주량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159만CGT(88척)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우리나라는 57만CGT(15척, 36%)을 수주했고, 중국은 92만CGT(59척, 58%)를 따내 1위를 기록했다. 1~11월 누계 실적으로도 한국은 963만CGT(191척, 25%)을 따내 2위를, 중국은 2209만CGT(973척, 58%)을 수주해 큰 차이를 보였다.
수치로만 보면 중국의 승리이나, 업계는 '낙수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밀려드는 일감에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보니, 남은 물량들이 중국 조선사로 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도크도 많기 때문에 많은 상대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다만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빠르게 앞질러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자율운항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전동화 기술 등을 통해 탈(脫)탄소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고 있다.
업체별로 HD현대는 최근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의 1단계 목표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완료했다. 이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를 중심으로, 조선소 현장 정보들을 디지털 데이터로 가시화한 것이 특징이다. 작업자는 건조공정의 상황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대기시간과 중복업무를 감소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HD현대는 ▲대형선용 저탄소 전기추진시스템 독자 개발 ▲설계-생산 일관화 제조혁신 플랫폼 공동 개발 ▲AI 기관사 탑재 선박 건조 등을 통해 자동화솔루션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업계 최초로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 남중국해를 잇는 구간서 선박 자율운항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이 중 3000억원을 스마트 야드 구축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로봇과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스마트 팩토리와 물류 자동화 꿈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또 6000억원은 친환경 제품 및 기술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수소 운반선도 개발한다. 또 2030년까지 완전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해 미래의 조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올해는 수주 잔고와 선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으나, 추세적인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수주잔고는 11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가는 한국과 전 세계 수주 잔고를 따라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공급 증가가 여전히 우려되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유의미한 공급 증가가 관측되지는 않는다"며 "아직은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고점에서 쉬어가기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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