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게임 규제···셧다운 땐 고사 우려까지"게임 중독 규제, 곧 도입될 경우 타격 클 듯""재검토 필요···부담 덜어줘야 큰 성장 가능해"
결과론적으로 게임업계는 현재 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규제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업계가 위기에 빠진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셧다운제 넘겼더니, 게임은 질병이라고?
게임업계는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규제 등장에 떨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제2조 제10호에 규정된 청소년 정의가 만 18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변경된 것. 이 경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게임의 이용자 풀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일종의 규제로 평가됐다.
그간 게임업계에는 크고 작은 규제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도입된 '게임 셧다운제'다. 게임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오전 12시~오전 6시까지 접속 차단)와 '선택적 셧다운제'(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을 제한)로 나뉜다. 게임 이용을 자율에 맡기는 글로벌 추세에서 벗어나 사실상 우리만 유일하게 시행한 정책으로, 도입 당시 비판도 많았다.
특히 모바일 게임보다 PC 게임이 주를 이뤘던 터라, 셧다운제는 게임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중소 게임 개발사들이 문을 닫는 상황까지 이어지자, 정부는 2021년 11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규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며 "당시 셧다운제 규제로 많이 위축됐으나 폐지되자 다시 완화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질병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게임사들에는 골칫거리다. 지난 2013년 게임중독법이 발의됐고, 2019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 중독을 '게임 이용 장애'로 규정·질병코드를 부여했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야 하고 치료를 위한 예산 등을 편성할 수 있다.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게임은 질병'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게임 중독(게임 이용 장애)과 관련한 규제가 내년이나 내후년 도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게임) 질병 코드제에 대해 게이머, 게임 회사들의 반대가 있다"며 "(시행될 경우) 업계가 받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K-게임 산업···"지원책도 내줬으면"
실제로 게임업계는 최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게임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9조3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게임 산업은 하락세를 보이며 11개 콘텐츠 산업 분야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게임 산업 반기 매출 10조원이 무너진 것은 2021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4%나 줄어든 1조34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넷마블도 같은 기간 매출이 8%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7개 분기 연속 적자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힘든 시기엔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지원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회 관계자는 "적자를 내는 기업도 많은 상황에서 계속 규제만 내놓는 건 업계를 위축되게 한다"면서 "이대로라면 한 번에 무너지는 기업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태 교수도 "게임을 국내 성장 동력으로 인정해 줄 거면 수출을 돕는 등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운을 뗀 뒤 "큰 기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작은 게임사들도 살펴보며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업계의) 이야기를 듣고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전 게임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중독, 질병 코드제와 같은 규제가 나오기 전에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예방하는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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