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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정부 개입 최소화하되 조합의 전문성 강화해야"

부동산 부동산일반 도시정비 공사비 폭탄

전문가 "정부 개입 최소화하되 조합의 전문성 강화해야"

등록 2024.02.12 07:06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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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건설사 갈등 심화···표준계약서 도입 한계 분명공사비 단가 세부 사항 합의에는 초반 혼란 있을 듯감리제도 확대, CM 적용 등 조합 전문성 강화 필요

[재건축, 재개발 현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재건축, 재개발 현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도시정비 현장이 늘면서 정부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했다.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동시에 근본적인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지자체와 관련 협회 등에 배포했다. 이번 조치 핵심은 '공사비 산출근거 명확화'와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설계변경, 물가변동)'이다. 그간 조합이 요구했던 투명한 공사비 책정과 건설사가 요구했던 착공 후 물가변동 반영 등이 각각 포함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2~3년간 치솟은 건설공사비로 인해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표준계약서 제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표준계약서를 내놓음으로써 조합과 시공사 간 다툼은 줄어들 수 있다"며 "물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최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줬다. 현재로서는 다툼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어떤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또 "사업 주체나 건설업계 갈등을 풀어놓기만 하면 오히려 사업이 진행이 안 된다"며 "시공사 입장에서도 조합 입장에서도 출발점으로서 중요하다"고 전했다.

표준계약서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적 대책이 아니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대체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정착에는 초반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표준공사계약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라며 "그에 따른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요구하면 표준공사계약서가 사용된 정비사업장이 하나둘 늘어나 결국 실무에서도 정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표준계약서 사용에 동의하는 건설사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사업지에서는 사업추진이 어렵겠지만 그땐 계약서 일부 특약조건 등을 수정, 추가하는 식으로 변형 양식을 사용하는 사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업지마다 적합한 방식으로 변형될 수는 있지만 기본 틀은 표준계약서를 따라가는 식으로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의 유사 사례인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도 변경·수정한 양식까지 합치면 사용 비율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총액만 합의되면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공사비 산출 세부내역을 합의하기 위해서는 평형, 세대수 등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조합 설립 인가 단계에서 이런 디테일한 합의가 나올지 의문"이라며 "인근 유사 사업장이나 주변의 표준 사례를 모아 가이드를 주는 등, 조합과 시공사 간 미리 합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를 비롯한 증액 기준점을 법으로 정하는 등 정부가 강력한 중재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권 교수는 "법적 효력이 있거나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건 한계다"라면서도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이) 너무 강력해지면 시장경제를 제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근거를 마련할 때 지수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명확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추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합은 본질적으로 사업 시행자인데,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 사적 영역을 과하게 침범한다는 우려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지침 등으로 강제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입법 정서상 강제하긴 쉽지 않다"면서 "그러면 업계에서 사용을 안 하게 되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조합의 전문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재 공사비 검증을 수행하는 유일한 전문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19년 3건에서 2023년 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 역시 이를 파악하고 지난해 갈등 현장에 '전문가 파견'을 시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에서는 건설사업관리(CM) 적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조합의 전문성이 올라갈 필요가 있다"며 "절차, 금리, 공사비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탁이 들어가면 속도를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아무래도 CM 업체가 시행의 주체인 조합보다는 프로세스 노하우가 더 많다"며 "요즘은 웬만하면 300세대 이상 사업엔 CM이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 역시 "CM은 건설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CM 도입은 갈등 해소를 위해 상당히 좋은 의견"이라면서도 "감리 제도와 겹치기 때문에 감리 제도를 확대 시행하든 CM을 도입하든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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