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적은 정비사업···공사비 협상도 수월해질 전망"이기고 보자" 불법홍보 등 과도한 수주전 행태는 숙제조이는 대출조건에 개발사업 난항···있는 사업도 접을 판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예상 발주액은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원자재 값 인상과 고금리 여파로 시공사 선정을 미룬 곳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 속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대어급 현장이 많이 포진해있어서다.
지난해 정비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총액은 약 18조8650억원으로 전년(40조3051억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10대 건설사 중에는 삼성물산(12.12%)과 포스코이앤씨(0.2%)만 실적이 늘었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전년보다 적게는 14%, 많게는 88%까지 수주액이 줄었다.
수주액이 줄어든 것은 고금리 상황 속에서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시공사 선정을 미룬 단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어급단지인 ▲개포주공5단지 ▲노량진1구역 등이 예상과 달리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2.54로 3년 전인 2020년(120.59) 대비 32% 올랐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 미뤘던 대어급 단지 몰려온다
올해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미룬 단지들과 후발 단지까지 더해지며 상당한 물량이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대어급으로 꼽히는 곳도 많다. 재개발에선 노량진1구역과 한남4·5구역이 핵심 사업지로 꼽힌다. 재건축에선 신반포2차와 여의도한양아파트, 여의도대교아파트 등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는 송파구가 될 전망이다. 올해 송파구에선 10곳 이상이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입찰을 앞둔 잠실우성4차를 비롯해 ▲잠실우성1·2·3차 ▲송파한양2차 ▲송파한양3차 ▲가락1차현대 ▲삼환가락 ▲가락미륭 등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준비 중이다.
정비사업의 리스크로 꼽혔던 공사비 협상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조합들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데다, 정부에서도 이달부터 협상의 기준이 되는 '표준공사계약서'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표준공사계약서는 공사비 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설계변경이나 자재 추가분에 대해서도 조정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불법 홍보 등 과열경쟁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수주전이 벌어진 일부 사업장에선 금품살포 의혹과 OS를 동원한 조합원 개별 접촉 등 관련법과 조합정관을 어긴 사례가 신고접수 되고 있다.
PF 위기에 개발사업 중단···안전한 도급사업으로
PF시장이 악화일로에 놓인 것도 건설업계가 정비사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PF연체가 늘어나면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계에선 대출심사대상 선정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업체들도 자금조달부담이 큰 개발사업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정비사업에 더 힘을 쏟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금융업계에선 부동산PF에서 시작된 리스크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양경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PF대출 등 부동산업 대출 연체액은 약 7조원으로 2021년 대비(2조2700억원) 3배 이상 늘었다. 아직 채무로 전환되지 않은 우발채무 규모도 상당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133조원에 이른다.
건설업체 중엔 추진 중인 개발사업을 정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은 이달부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갔다. 이외에 1군 건설사로 분류되는 다수의 건설사들도 계열사나 외부로부터 긴급히 자금을 수혈하거나 사업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하향안정 되고 부실화된 사업장이 정리될 때까지 건설업체의 정비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제반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이뤄지고 분양가구도 조합원 가구가 대부분이고 일반분양은 적기 때문에 미분양 우려가 낮다"면서 "개발사업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PF위기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는 정비사업이 오히려 안전한 선택지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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