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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파페치 인수한 쿠팡, '에루샤' 로켓배송 나설까

유통·바이오 유통일반

파페치 인수한 쿠팡, '에루샤' 로켓배송 나설까

등록 2024.03.01 10:31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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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모기업 쿠팡Inc가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 가운데 3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국내에서 로켓배송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Inc는 지난해 12월 중순 파페치를 5억달러(6500억원)에 인수하고 명품·패션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파페치는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한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기업이다. 전세계 190여개국에 진출하며 지난 2022년 약 23억1668만 달러(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에루샤'를 비롯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여개를 망라한 방대한 라인업으로 전세계 부티크와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스트리트 명품 기업 뉴가드그룹을 인수해 오프화이트를 비롯, 마셀로블론, 팜 엔젤스 등 럭셔리 브랜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했던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최근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5억 달러(약 6500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도산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해 파페치는 쿠팡과 손을 잡았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파페치 창업자 주제 네베스가 대표에서 물러났고 직원 2000명 정도를 해고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Inc는 파페치 사업구조와 재무 상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쿠팡이 파페치 인수에 나선 것은 단번에 명품·패션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명품과 패션, 화장품 등의 품목은 종합 몰보단 버티컬 커머스(전문 몰)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간 쿠팡은 이 같은 이유로 해당 카테고리가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명품 시장 전망도 밝다.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올해 약 4000억 달러(약 520조원) 수준으로 온라인 비중(침투율)은 지난해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도 168억 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24% 늘었고,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보다 월등히 높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쿠팡의 국내 사업 모델은 AI(인공지능) 예측으로 고객이 주문할 제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했다가 로켓배송으로 당일 또는 익일 배송하는 방식이다. 반면 파페치는 명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오픈마켓' 형태이고, 명품 유통 구조 자체가 희소성이 높을수록 가치가 있어 하이엔드 명품의 '로켓배송'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에루샤' 신상은 백화점 명품 숍에서도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

다만 쿠팡이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의 물류망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명품 업계와 물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쿠팡은 이번 인수로 자사의 물류 역량을 파페치와 결합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파페치는 그간 뉴욕과 파리, 밀라노 등의 부티크 인근에선 '90분 배송' 또는 '당일 배송'을 해왔으나, 한국 등 국경을 넘은 일반적인 배송은 최대 5일 가량 소요됐다. 하지만 쿠팡의 국내 물류망과 결합할 시 고객 배송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수 있게 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파페치의 선도적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이미 발표한 투자금 외에 추가 투자 없이도 파페치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렸다"며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를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고 쿠팡의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2010년 8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거뒀다.

작년 쿠팡의 매출은 31조8298억원, 영업이익은 617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쿠팡은 유통시장 둔화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핵심사업인 제품 커머스 부문과 성장사업에서 모두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로켓그로스 등 제품 커머스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35억9400만달러(약 30조7998억원)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쿠팡이츠·대만·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7억8900만달러(약 1조299억원)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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