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세계 33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00.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의 내림 폭(-4.4%포인트·104.5→100.1%)이 영국(-4.6%포인트·83.1→78.5%)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비율이 정점이었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5.4%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추세로 미뤄 올해 GDP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2.1%)대로 2%를 웃돌고,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1.5∼2.0%) 안에서 관리된다면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중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는데, 100% 밑으로 떨어뜨리는 1차 과제가 올해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소 안정되면서 '가계부채 100% 하회' 실현에 힘을 싣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371억원으로 지난 1월 말(695조3143억원)보다 7228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불었지만, 월간 증가 폭이 1월(+2조9049억원)보다 크게 줄어 지난해 6월(+633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KB·신한·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출 금리를 올린 데다, 지난달 26일부터 은행들이 일제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을 적용하면서 대출 한도까지 줄어든 만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지 않는 한 당분간 가계대출이 급증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민간 부채의 다른 한 축인 기업 빚의 경우 계속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125.2%)은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258.0%)과 중국(166.5%), 싱가포르(130.6%)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부채 비율은 1년 전인 2022년 4분기(121.0%)보다 4.2%포인트 더 올랐다. 러시아(8.4%포인트·72.9→81.3%)·사우디아라비아(8.2%포인트·55.6→63.8%)·중국(7.7%포인트·155.8→166.5%)·인도(7.0%포인트·53.7→60.7%)에 이어 5위 수준의 오름폭이다.
한은도 지난해 1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민간 신용 레버리지(차입)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집계한 작년 3분기 말 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227.0%)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따로 보면, 가계(101.4%)는 직전분기(101.7%)보다 0.3%포인트 낮아졌지만 기업(125.6%)이 운전자금 수요와 은행 대출태도 완화 등의 영향으로 1.6%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5.1%)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29.9%)이었고, 싱가포르(173.1%)·미국(119.9%)·아르헨티나(91.1%)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중상위권에 속했다. 1년 전인 2022년 4분기(44.4%)와 비교해 증가 폭(0.7%포인트)이 미국(3.1%포인트·8위)보다 작고 러시아(0.6%포인트·19위)보다는 큰 16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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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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