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본사서 기자회견 개최"R&D 잘하는 회사, 적기 투자 필요해"'캐스팅보트' 지속 설득 나설 것
한미약품그룹과 기업간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그룹을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자리에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사장)도 함께 했다. 지난 1월 그룹 통합 결정 발표 이후 두 회사 경영진이 한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한미가 추진하려는 비만치료 신약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만 해도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약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거듭나면 좋겠지만 리턴(투자회수)으로 돌아오려면 한참 걸린다"며 "그것을 각오하더라도 5년, 10년 후 더 큰 주주가치 증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임상1상 정도 끝내고 나면 라이선스 아웃을 한다. 이건 신약개발이 아니"라며 "한미도 기술이전으로 골탕을 먹은 적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기술을 반환하면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 되는 것이다. 한미가 주도해 신약개발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투자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러며 "한미가 R&D를 잘하는 회사라는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회사가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들을 적기에 이행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미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투자했다. 이 상황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져서 갈등상황까지 이르게 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 물자 18.6%·신주발행 8.4%)를 확보하고,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을 추진 중이다. 계약 완료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한미그룹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통합을 반대하고 있고, 이 회장의 경영능력과 전문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OCI그룹이 제약사인 부광약품을 인수한 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영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은 "부광을 운영해보니, 한미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다"며 "부광의 경우 한미보다 매출 규모도 작은데 R&D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영업과 관리 등이 부실해진 면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벤치마킹한 기업이 한미였고, R&D와 영업을 잘하는 기업이 한미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OCI는 예전에 없던 사업을 일으켜 세계적 사업으로 키워가는 DNA가 있다"며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도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통합 결정에 앞서 형제들과 논의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어떤 비즈니스를 할때 경영진과 논의하고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 외에 그 이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러면 사업을 하기 전 모든 주주들에게 공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대주주에게 몰래 말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이사회의 존재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상 적법한 절차로 논의했다. 만약 대주주에게 몰래 얘기를 한다면 법 위반이 된다"며 "대기업끼리 수평적 결합을 할 땐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 심사 이전 대주주를 접촉하는 것은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을 하지 못할 경우 국내 상위 제약사로 유지는 할 수 있겠으나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임 사장은 "(통합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신약 개발 과정과 BD(Business Development) 업무를 총괄하면서 회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2015년부터 한미가 해외 기업들과 많은 딜을 했지만 빅마파에 의존하는 식이었고, 우리의 기술력과 별개로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OCI와 딜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한미그룹의 모습은 유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이 가업가치 제고와 오너가 상속세 '오버행'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 파이프라인 임상 성과 등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해 안타깝다. 이는 대주주의 상속세 문제, 즉 오버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머니(송영숙)와 나는 오버행 이슈 해소, 한미의 R&D 자금 수혈을 위해 OCI라는 튼튼한 경영 파트너를 제시했다. 또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하여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고 전했다.
또 임 사장은 형제측이 제기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룹 이사회에 오너일가가 다수 참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주제안으로 여러 이슈가 있는데 하나 반문하고 싶은 게 있다. 주주제안을 받아들이면 한미그룹 이사회는 대주주 가족 구성원들이 최대 4명이 함께하게 된다. 이 모습이 상장회사로서 가져가야 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한미그룹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구성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달라"고 했다.
임 사장은 상속세 문제도 언급하며 "이는 가족 전원이 해결해야 한다. 연대 책임이기 때문에 두분(형제)이 구체적으로 상속세 마련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모녀 입장에선)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며 "임종훈 사장에 무담보로 빌려준 대여금(266억원)에 대한 반환 소송은 제시한 상태로, 대여금을 돌려받는다면 저의 상속세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며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지분 매각 등 제안이 많았지만 선대회장의 뜻을 받들고 한미그룹의 DNA를 지키는 방향으로 고민을 했다. 오늘의 한미가 되기까지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고충이 있을지 잘 이해해주는 파트너를 만났다고 믿는다"며 "(통합은) 넥스트 챕터를 쓰는데 필수적인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임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위해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캐스팅보트'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형제측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신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모녀와 형제측은 이사회 구성을 두고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있는데, 형제(20.47%)와 모녀(21.86%)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신 회장의 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남은 주요 지분으로는 국민연금(7.66%), 소액주주(20.5%) 등이 있다.
임 사장은 신 회장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는 "신 회장이 발표하기 전날인 목요일에도 직접 만나 진심을 다해 회사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리셨다. 나름 고심하셨을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설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정당한 루트를 통해서 계속 입장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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