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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50 되면 강제 퇴직 러시···100세 시대 버티기 만만찮네

라이프 기획연재 스토리뉴스 #더

50 되면 강제 퇴직 러시···100세 시대 버티기 만만찮네

등록 2024.03.29 09:36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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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되면 강제 퇴직 러시···100세 시대 버티기 만만찮네 기사의 사진

2006년 유엔 보고서는 100세 장수 보편화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일컬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 일컬었다. 18년이 흐른 지금, 100세는 아직 요원하지만 평균 수명이 점차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호모 헌드레드의 자격을 갖추려면 심신의 건강 유지는 필수.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게 적절한 돈, 즉 지속적인 소득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도 100% 옳지만 버는 게 없는데 심신이 평안할 리 또한 만무하다.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꾸준한 소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주요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만만찮다. 최근 벼룩시장이 조사해 발표한 퇴직 경험 관련 설문 결과를 들여다봤다.

사진=유토이미지사진=유토이미지

조사는 40세 이상 중장년 근로자 113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들의 79.7%는 '주된 직장(경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곳 또는 제일 오래 일한 곳)'에서 퇴직한 경험이 있었다. 그만둘 당시 나이는 평균 51.1세. 일부를 제외하고는 100살 가까이 돈을 벌어야 할 텐데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법정 정년인 60세에 한참을 못 미친 것이다.

주된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13년 8개월, 퇴직 사유로 정년퇴직은 12.6%에 불과했고 비자발적 퇴직은 62.5%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권고사직·정리해고·계약종료 등 해고에 따른 퇴직이 40.4%로 가장 많았고 경영악화로 인한 회사 휴·폐업이 22.1%였다. 이직·전직은 6.5%, 스스로 은퇴를 희망해서는 5.4%에 그쳤다.

주된 직장 퇴직자 중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은 51.8%, 30.8%는 현재 구직활동 중이며 17.5%는 경제활동을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 재취업 이유에 대해서는 생계유지(66.9%)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노후 준비 부족(9.2%), 가족 부양(8.1%), 은퇴하기에 이른 나이(7.3%), 자아실현(7.3%)의 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재취업에 성공해도 벌이는 영 마뜩잖다. 응답자들 다수는 주된 직장 시절 대비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주된 직장에서 339만5000원이었던 월평균 소득이 재취업 후에는 269만1000원으로 깎인 것. 급하게 구한 데다 나이도 많다 보니 본인 경력을 100% 인정해주는 곳은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 안정성도 급하락한다. 재취업한 중장년 10명 중 6명은 정규직이 아닌 시간제나 기간제, 용역 등 비정규직으로 다니고 있다. 실제로 주된 직장에서는 고용 형태상 정규직 비중이 76.1%였는데 재취업 이후에는 37.6%에 그쳤다.

여성들은 일자리 질이 더 떨어졌다. 여성 중장년 근로자의 경우 재취업 후 정규직 비율이 21%에 머물렀다. 5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타이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급여가 줄어도, 고용 안정성이 떨어져도 일단 벌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주된 직장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여전히 구직활동 중인 응답자들(30.8%)은 평균 4.4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희망 월소득도 290만4000원으로 주된 직장 당시(339만5000원)보다 14.5% 줄였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존심을 내려놔도 재취업의 길은 이렇듯 구불구불하다.

계속해서 재취업에 실패할 경우 강제 은퇴로 몰릴 수도 있다. 주된 직장 퇴직 이후 경제활동을 그만뒀다(17.5%)는 응답자 중 22.8%는 일을 더하고 싶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럴 때 중장년 앞에 놓인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자영업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수는 매년 늘고 있는데 중장년 비중이 크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세 이상, 지난해에는 최초로 200만 명을 넘겼다. 전체 자영업자의 36.4%다. 이어 50대(27.3%), 40대(20.5%) 순으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자영업이 퇴직 중장년의 반강제적 넥스트 챕터임은 명확해 보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잘되면 좋겠지만 100세 시대를 버티기에 만만찮은 게 이 자영업이다. 2022년 기준 자영업자 1인당 사업소득은 평균 1938만원. 세대별 소득은 정확히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회사에 몸담다 쫓기듯 자영업의 길로 접어든 이들이 안정적 소득을 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2022년말 기준 국내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은 1억7918만원이었는데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억50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억144만원), 60대(1억8364만원), 30대(1억4646만원) 순. 40대 이상 자영업자들에게 빚은 빛보다 빨리 느는 것 같다.

100세 장수 보편화 시대를 살아가는 호모 헌드레드는 곧, 100살까지 돈을 마련해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2024년 한국의 중장년들에게 호모 헌드레드는 신세계가 아닌 거대하고 외로운 시험대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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