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연령대가 두텁다 점차 고려청자 같은 유형으로 바뀌게 될 우리나라의 인구 피라미드. 이럴 때 중요한 게 고령층의 경제적 형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연령대인 만큼 노인의 빈곤은 노인에서 그치는 게 아니지요.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연령인구가 짊어져야 할 몫이 늘면, 경제는 경직되고,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근미래에 우리 노인들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제9차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를 들여다봤습니다.
조사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11월 23일에 걸쳐 50세 이상 중고령자 6392명(402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노후 시작 연령은 평균 69.4세였습니다. 법적 노령연령인 65세보다 약 5년 늦은 것으로, 70세는 돼야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셈이지요.
중고령자들은 노인이 되면 얼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응답자들은 노후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로는 부부 기준 월 198만7000원, 개인 기준 124만3000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최소를 넘어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적정 생활비는 부부 277만원, 개인 177만3000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생활비 감당이 가능한지도 살펴봤습니다. 우선 중고령자 가구의 2020년 한 해 가구균등화 총소득은 2628만5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근로소득은 51.4%,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기초연금 등)은 31.6%, 사적이전소득(다른 가구나 비영리단체로부터의 이전소득)은 10.5%, 부동산소득은 3.0%, 기타소득은 2.0%, 금융소득은 1.5%를 차지했습니다.
경제활동 현황은 어떨까요? 응답자 전체의 고용률은 49.9%, 절반가량입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70.3%, 60대가 58.9%, 70대가 33.2%, 80대 이상이 13.2%로 연령이 상승할수록 비경제활동인구가 급등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어 노후 생활비 감당이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54.7%는 노후 생활을 위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현재 자신이 노인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노후 생활비를 기초연금(25.6%·복수응답), 자식 및 친척에게 받는 생활비·용돈(19.4%), 국민연금(15.%), 배우자 소득(11.0%), 적금·예금(10.2%) 등으로 충당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아직 노인은 아니라는 중고령자는 노후 경제 대책으로 공적연금(41.7%), 예금·적금·저축성 보험(32.9%), 부동산 운용(10.7%)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절반에 가까운 45.3%는 본인의 노후를 감당할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는데요. 실제로 노인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70대부터는 경제활동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기초연금이나 생활비·용돈의 비중이 커집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빈곤의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출산율 하락으로 젊은층이 노년층을 떠받드는 인구 구조는 점차 더 위태로운 가분수로 변형될 전망. 지금보다 더 내고 더 늦게 수령하는 등의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상 중고령자의 노후준비 현황&전망을 살펴봤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의 노년은 안녕한가(할까)요? '노인 빈곤 → 젊은층의 과부하 → 경기침체 → 노인 빈곤'의 악순환을 타파할 묘수, 정말 없을까요?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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