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 최적화 '리밸런싱' 작업 추진내부 TF 발족 및 외부 컨설팅도 진행다음달 조직재정비 방향성 나올듯
7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내달 말께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SK그룹은 6월 확대경영회의, 10월 CEO 세미나 등 1년에 크게 두 차례 그룹 CEO들이 함께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그간 추진해온 사업 리밸런싱 방향에 대한 점검 및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한 CEO들에게 사업 확장과 성장의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투자 완결성 확보를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지적과 주문은 곧이어 그룹 내 적잖은 변화들을 일으켰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계열사들의 수장들을 대거 교체했고 2인자 자리라 일컬어지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조직 재편과 슬림화도 이어지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나뉘었던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하고 신규 선임 임원은 줄이는 등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가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시스템IC는 직원의 동종업계 이직을 허용하기도 했다. 기술 유출에 민감한 반도체 업계 특성을 감안한다면 동종업계 이직을 허용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SK그룹은 그간 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고 성장했다. 다만 최근 업황 부진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SK온은 막대한 투자금을 들이는데 비해 적자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복 투자 역시 지적돼왔다. 일례로 동박 사업의 경우 SK넥실리스-왓슨, 수소는 플러그파워-블룸에너지 등 사업이 겹치기 때문이다. 배터리, 그린 사업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및 중복 투자 계열사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예상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SK그룹이 사업 '리밸런싱'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 부회장이 SK수펙스 의장으로 투입된 것 또한 조직 재정비 미션을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말 최 의장 주재로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는 주요 계열사 CEO들은 각 사의 최근 실적을 점검하고 올초부터 진행 중인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방향성과 추진 계획에 대해 토론,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일시적 수요 둔화 등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 등 경쟁력 제고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및 최적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SK그룹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맥킨지 등에 그룹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컨설팅 결과물은 내달 확대경영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SK스페셜티, SK실트론 등에 대한 매각 가능성부터 빈그룹, 마산그룹 등 베트남 투자 기업들에 대한 지분 매각 가능성이다. 더불어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한 뒤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 중이지만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그간의 TF, 컨설팅 등 진행해왔던 내용을 토대로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대경영회의는 사업 재편에 대한 방향성이 나오는 1차 중간 결과 보고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를 좀 더 발전시켜 추후 CEO 세미나에서 재차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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