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본사서 기자간담회 열어"HBM3E 12단 3분기 양산 준비"4세대 HBM3는 시장점유율 90%
곽 사장은 2일 경기도 이천에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전략적인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용인 클러스터 첫 팹 준공(2027년 5월)을 3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김주선 사장(AI Infra 담당), 김종환 부사장(D램개발 담당), 안현 부사장(N-S Committee 담당), 김영식 부사장(제조/기술 담당), 최우진 부사장(P&T 담당), 류병훈 부사장(미래 전략 담당), 김우현 부사장(CFO)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AI 메모리 기술력 및 시장 현황, 청주·용인·미국 등 미래 주요 생산거점 관련 투자 계획들이 공유됐다.
곽 사장은 특히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과 관련해 "SK하이닉스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 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며 "기술 측면에서 보면, 당사는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고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HBM 4세대(HBM3)로 한정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패키징을 맡기고 있는 TSMC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5세대도 경쟁사들에 비해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3E의 본격 양산을 알렸고 이같이 고객사에 공급을 전제로 한 대규모 양산에 돌입한 곳은 최초였다.
이에 HBM시장 맹추격에 나선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HBM3E 12단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 내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곽 사장이 이날 HBM3E 12단 양산 계획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 사장은 경쟁사 대비 선두 유지 전략에 대한 질문에 "고객 니즈에 맞는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생산능력(Capa) 투자를 준비할 것"이라며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우리 페이스에 맞춰 고객과 협력해 니즈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HBM 핵심 패키지 기술인 MR-MUF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MR-MUF 기술은 과거 공정 대비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는 동시에 공정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4배로 높이고 열 방출도 45%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최근 도입한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는 신규 보호재를 적용해 방열 특성을 10% 더 개선했다.
최 부사장은 "어드밴스드 MR-MUF는 칩의 휨 현상 제어에도 탁월한 고온·저압 방식으로 고단 적층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며, 16단 구현까지 순조롭게 기술 개발 중"이라며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 매출 예상치에 대해서도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HBM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곽 사장은 이와 관련해 "하반기 시장 변화도 있어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이 백 수십억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HBM 경쟁 과열로 인한 공급 과잉에 대한 시장의 우려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중장기적으로는 HBM 수요처가 다변화하면서 연평균 60% 정도의 수요 성장을 예상했다.
곽 사장은 "올해 늘어나는 당사의 HBM 공급 물량은 고객들과 협의를 완료한 상황으로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HBM 시장은 고객 수요 기반으로 투자 집행하는 측면 강해 과잉 투자 억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이후 HBM 시장은 여전히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데이터와 모델 사이즈가 증가하면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한편, 변화하는 수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자 방식으로 캐시(Cash) 수준을 높여서 재무 건전성도 지속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현재 AI가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 온디비아스(On-Device) AI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AI 반도체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기 위해 고객사 등과의 협력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AI 반도체 경쟁력은 한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직후인 2012년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예년 대비 10% 이상 줄였다. 하지만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에 대한 투자도 포함돼 있었고 그 결과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성과 냈다"며 "또한 고객, 협력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업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잘 이뤄져 지금의 HBM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 사장은 "AI 반도체는 기존 범용 반도체의 기술 역량에 더해 고객 맞춤형 성격을 띠고 있어 반도체 개발과 시장 창출 과정에서 글로벌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협업 관계 구축되어 있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 M15x 및 용인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서도 계획을 밝혔다. 우선 AI 수요에 대응해 건설하기로 한 청주 M15x는 UV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 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M15x 팹 건설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11월 준공 후 2026년 3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팹 4기를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 SK하이닉스 첫 팹은 2025년 3월 공사 착수,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곽 사장은 "'AI 시대,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준비된 기업이자,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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