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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상처만 남긴 '세기의 이혼'···충격에 빠진 SK

산업 재계

상처만 남긴 '세기의 이혼'···충격에 빠진 SK

등록 2024.05.31 14:06

수정 2024.05.31 15:07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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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이 노소영에 현금 1조3800억원 지급해야"최종 선택은 대법원으로···"반박 가능성 거의 없어"항소심, 정경유착 인정···"현재에는 국가적 스캔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에서 발생한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을 질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이혼소송의 책임은 최 회장에게 있다며 '유책행위'를 지적함과 동시에 최 회장 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으나 항소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물적증거가 다각도로 나와 현실적으로 반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사실인정에 관한 부분은 사실심의 영역이지 대법원에서 다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도 항소심 판단이 유지된다면 SK그룹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기에 최 회장 입장에선 현금 확보를 위해 지분 처분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고려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처만 남긴 '세기의 이혼'···충격에 빠진 SK 기사의 사진

SK그룹은 정점에 지주회사인 SK㈜가 존재하며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 회장의 SK㈜ 지배력이 낮아질수록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최 회장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최 회장 보유의 SK㈜ 주식 중 약 58%(749만9030주)는 금융권으로부터 담보 대출 및 질권 설정이 돼 있어 대출도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근저당이기 때문에 정확한 대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생활비 명목과 SK실트론 지분을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 계약을 통해 취득하면서 금융권과 계약이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최 회장이 SK㈜ 외에 최 회장 보유의 SK실트론 및 SK케미칼(6만7971주), SK디스커버리(2만1816주) 등 다른 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SK그룹은 정경유착으로 성장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사돈관계인만큼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SK는 선경그룹 시절이던 지난 1992년과 1994년에 각각 태평양증권(현 SK증권)과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활용했음에도 어떠한 수사도 받지 않았는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노 관장 측은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약 343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원이 정경유착을 법리적으로 전부 증명한 것"이라며 "한국 현대사와 재계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며 얼룩"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평양증권과 한국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있어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일 수 있으나 최근의 사회적, 경제적 정서로는 국가적 스캔들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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