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경쟁력 뒤처진 삼성전자, 돌파구 찾기 분주돌아온 전영현, "어려움 극복할 방안 반드시 찾겠다"이재용, 보름간 美 출장···엔비디아 활로 찾을지 주목
지난달 24일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발열'과 '소비 전력' 문제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이를 지난주에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로이터 보도에 하루 만에 3% 감소했고 황 CEO의 발언에 다시 2.8% 뛰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 엔비디아가 미치는 위상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칩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이미 HBM을 공급 중이다. 4세대 HBM인 HBM3에 이어 지난 3월에는 5세대 HBM3E 제품을 납품했다. 업계 3위 마이크론도 2월에 올해 2분기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H200 GPU(그래픽저장장치)에 HBM3E가 탑재된다고 밝혔다.
경쟁사에 뒤처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재정비에 나서며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7년 만에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에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 9일 만에 내놓은 첫 메시지에서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히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전했다.
LG반도체 D램 개발팀 출신인 전영현 부문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D램/플래시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회사 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사업부장 시절 20나노(㎚·1나노=10억 분의 1m) 이하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하며 2012년 4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반도체 사업 실적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35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S부문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조직 내 사업부별 업무 보고를 받으며 경영 구상에 나서고 있다. 제조 담당 업무 보고 당시에는 D램 주류 공정에 대한 질책과 함께 개발 및 설계에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BM뿐만 아니라 DDR4, DDR5 등 전 제품이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발 벗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 호암상 시상식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매일 분 단위로 쪼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보름 동안 예정된 일정만 30여 건에 달한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Verizon)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등 차세대 통신기술에 대한 의견 등을 교환했다. 미팅 후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젠슨 황 CEO와의 회동이다. 아직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HBM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만큼 이 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스시 회동'에 나서며 반도체 협력에 대한 의견을 한 차례 나눈 바 있다.
일각에선 당시 이 회장이 황 CEO와 더불어 주요 기업 수장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만큼 이번 출장에도 연쇄 회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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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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