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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K-보드카에서 '세계 속 진로'로···"주류 시장의 중심에 도전장 던진다"

유통·바이오 식음료 인터뷰

K-보드카에서 '세계 속 진로'로···"주류 시장의 중심에 도전장 던진다"

등록 2024.06.19 11:17

하노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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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전무동남아 시장서 프리미엄 주류로 가치 제고베트남 '진로 대중화' 교두보···세계 시장 도전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전무. 사진=하이트진로 제공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전무.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국가대표 소주 '진로(JINRO)'로 세계 주류 시장의 중심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고자 합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전무는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글로벌 비전 2023' 선포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비전 '진로(JINRO)의 대중화'를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와 베트남의 인연은 남다르다. 베트남은 1968년 하이트진로가 처음 수출을 시작한 나라이자 2016년 글로벌 비전인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한 국가다. 2024년 해외 1호 생산기지를 건립하기로 결정하면서 동남아 수출의 거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정호 전무는 지난 2016년 글로벌 비전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기 전인 2015년 말 베트남에 먼저 넘어와 현지 시장을 조사했다. 베트남에서 판매·영업 활동을 하기 전 한국에 대한 현지 인식과 문화,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황 전무는 지난해 9월 싱가포르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동남아 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이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통합 브랜드 전략으로 '진로(JINRO)'를 내세운다. 소주의 세계화 선포 이전엔 소주가 '코리안 보드카'로 이해됐다. 대한민국을 넘어 현재 오늘의 소주가 있기까지 그 최전방에 항상 하이트진로가 있었다"고 했다.

황정호 전무는 "싱가포르 법인은 현지 투자의 개념도 있지만 '리스크 헷지(Risk Hedge)'를 위한 중개의 역할도 한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배당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싱가포르로의 1차 무역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소주가 저렴한 나라가 없다. 투자를 하면 투자 대비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해외 수출은 판매가가 동일하다면 수익성이 한국보다 좋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해외 수출 제품을 생산할 때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원칙을 고수한다. 한국 외의 국가에서 소주를 음용하더라도 맛의 차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원료를 수급하는 지역과 첨가물 비율 등이 달라도 소주의 맛을 표준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내에서 소주 도수가 내려가면 해외에선 약 1년여에 걸쳐 순차적으로 리뉴얼 제품이 수출된다.

그는 "주정은 원료를 수입해 만들기도 하고, 주정 상태로 수입해 혼합하기도 한다. 주정이 가장 많이 공급되는 나라가 베트남과 캄보디아 같은 국가다. 베트남 공장의 소주 원료는 현지에서 수급할 예정"이라며 "주정보다도 물의 차이가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이 연수냐 경수냐에 따라, 염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물의 맛이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물을 그대로 쓰지 않고 소주 제품에 가장 적합한 물의 기질을 만든다"며 "공장 생산 시설을 준비해 고도의 수(水)처리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원료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구분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소주 가격은 한국보다 최소 2배 이상이다. 마트에서 구매하면 약 3500원, 주점에선 6500원에서 8000원에 달한다. 이는 해외 수출 시 국가별로 물류비와 관세, 특별소비세와 같은 세금이 상이하고, 유통채널이 도매가로 구매해 마진을 얼마나 붙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황 전무는 "베트남은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한 병에 2만원이 넘기도 한다. 실제 소주를 전 세계로 수출할 때 책정하는 판매가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물류비를 포함해 주세와 특별소비세, 관세 등이 붙고 유통 채널에서 가격을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값이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 이후 현지 소주 가격에 대해선 "단가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단가를 내려서 소비자에 환원할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가격적인 혜택보다도 마케팅을 활발히 해서 소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게 더 유리한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현지 공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지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GDP 수준이 베트남보다 약 10배 높다. 이를 감안하면 베트남에선 소주 한 병에 약 1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셈"이라며 "지금 가격을 고수하면 회전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만 회전력을 올리는 방법으로 가격 인하 외에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

그는 "소주는 베트남에서 보드카로 통한다. 베트남 보드카도 레귤러 제품이 있는데, 과거 현지 보드카 도수가 40도였다면 소주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보드카 도수도 점차 내려가고 있다"며 "해외에선 아직 소주에 대한 인식이 모호하다. 와인과 위스키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제고하는 건 하이트진로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비전을 선포하면서 베트남 타이빈 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내 첫 해외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베트남 공장은 2026년 2분기 완공돼 수출 제품(과일소주 5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목표 생산량은 소주 1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최소 100만상자다.

황 전무는 "베트남은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호의적이다. 이들 국가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나라 3순위다. 자국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호적인 편"이라며 "베트남 정부는 기업이 활동을 하는데 방해하거나 국민 생활에 개입해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하이트진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각 국가별로 외교적인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다.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부딪히는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소주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글로벌 비전 '진로의 대중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판매량을 늘리려면 추가적인 해외 공장이 필요했다. 수출 제품에 집중하는 전용 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외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며 "인력 구조와 산업단지 인프라 등이 공장 설립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세계 속의 하이트진로 위상에 대해 자신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LA다저스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해 13년 연속 동행하고 있다. 올해도 계약을 연장해 오는 2026년까지 진로 브랜드 홍보에 나선다. 또 일본에 소주와 막걸리 등을 수출하며 현지 주류 시장 내 인지도가 굳건하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는 "하이트진로가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하지도 않았을 당시에도 '진로 막걸리'라는 브랜드가 이미 현지에 알려진 상태였다. 소주가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제품이다 보니 한국의 유수 제조기업과도 맞먹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LA다저스 스폰서십 재계약 당시에 LA다저스가 일본인 유명 선수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영입하면서 사전 계약이 성사된 상황에 갑작스런 변동이 생길 뻔 했다. 그러나 진로 브랜드에 대한 일본 현지의 위상을 믿고 밀고 나간 결과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의 세계화'가 실현되고 나서 동남아 현지 시장에는 진로(JINRO)와 유사한 모습의 유사 소주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소주기업인 롯데칠성과 신세계L&B, 무학 등 외에도 동남아 현지 주류업체에서 한국 소주를 모방한 제품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에 따르면 베트남 시중에 27개 이상의 기업에서 170여가지 이상의 소주가 출시됐다.

황정호 전무는 "하이트진로와 유사 브랜드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유사 소주의 공통점은 '녹색 병, 360ml의 용량, 한글 이름'이다. 실제 다국적 주류 기업 스미노프와 싱가포르 대표 맥주 타이거 맥주 사도 소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진로는 브랜드 정체성은 물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을 강화해 해당 제품군과의 차별화 전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초기 소주의 현지화는 한국에 근무하는 해외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는 한국 소주에 대해 경험이 전혀 없는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향후 해외 소비자와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콘텐츠와 신제품 출시로 진로의 대중화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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