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현, 매각 선언 이틀 만에 기업공개로 선회매각 순탄치 않자 변경···IPO 시 구주매출 가능성목표는 '경영권 분쟁 종결'···걸림돌 여전히 산재
다만 업계에선 아워홈이 매각이나 IPO를 밟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서 제 값을 받는 게 최우선인데, 아워홈은 오너일가의 오랜 지분 다툼으로 이미지가 추락하고, 경영체제가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 21일 국내 주식시장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워홈은 오는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연내로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아워홈은 2022년부터 해외 진출과 푸드테크 기술 도입을 통해 헬스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IPO로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아워홈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아워홈 관계자는 "당초 매각과 IPO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글로벌 아워홈 도약을 위해 기업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향후 실적 및 수익성도 긍정적인 만큼 IPO 추진에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워홈이 IPO로 방향을 돌린 배경에 대해 매각 과정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022년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결국 구지은 전 부회장 퇴출로 이사회를 장악하고서 매각을 공식화했다.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걸로 예측됐다. 우선 아워홈 정관에 주식 매각 시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우선매수권'이 있다. 아워홈은 오너 일가가 지분 98% 이상 보유한 기업으로, 구 회장이 지분을 팔면 다른 남매가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실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앞서부터 구 회장의 지분 매입 의지를 밝히며 물밑에서 사모펀드 등과 접촉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의 일방적인 지분 매각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구 회장에 대한 법정 다툼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구 회장은 지난 2021년 구지은·구명진 자매와 구본성 전 부회장을 퇴출시키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이번 정기주총과 임시주총에서 자매와 다른 표를 던졌다.
업계에선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해당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 회장과 법정 다툼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이 협약이 유효하면 구 회장의 지분 처분을 막는 가처분 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IPO로의 과정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업가치 제고다. 지난 2022년 매각을 추진 당시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라데팡스 파트너스는 아워홈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이듬해인 2023년 아워홈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을 걸로 예측된다.
그러나 매각을 타진한 결과 기업가치가 기대에 못 미쳐 IPO로 선회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시장에서 아워홈의 기업가치가 5000억원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아워홈 경영권 매각 시 '범LG가(家)' 이탈로 매출이나 이미지 손해를 입을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아워홈의 실적이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성장세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IPO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걸로 풀이된다. 아워홈은 지난 2021년 구지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1년 만에 수익성을 개선하고, 해외 진출과 푸드테크 신사업 등을 신성장 동력을 삼고 있다.
아워홈 상장 시 구 회장은 본인 주식 일부를 일반인에 판매하는 '구주매출'로 현금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에 사용되는 신주발행과 달리 주주의 개인 주머니로 자금이 흘러간다. 구주매출 규모가 크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IPO 흥행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관건은 아워홈이 IPO를 밟는 과정에서 기존의 성장세와 신사업 등을 끌고 갈 수 있느냐다.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이끈 구지은 전 부회장의 공석 메우기가 시급하다. 아워홈은 구 회장이 경영권을 쥔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이영표 경영총괄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사장은 고(故) 구자학 선대 회장의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CFO)을 역임한 인물로, 아워홈에 1993년부터 몸을 담은 인물이다. 그는 우선 회사 안정과 경영진 신뢰 구축을 최우선 과제 삼아 경영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 역시 단행하지 않았다.
아워홈의 IPO 추진에 따라 이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경영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에 추진해 온 신사업과 실적 성장세를 지키기만도 숨 가쁜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남매전쟁' 꼬리표를 떼기 위한 이미지 쇄신도 필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이든 IPO든 무언가가 추진되기 위해선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기업가치를 높이고, 최종 매각가 산정 등을 통해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정 분쟁 가능성이 아직 존재한 데다 주주 간의 합의가 있어야 원활한 IPO 진행이 가능한데 현재 상황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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