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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조현래 콘진원장 "게임 질병코드 등재, 시간 걸리더라도 신중해야"

IT 게임

조현래 콘진원장 "게임 질병코드 등재, 시간 걸리더라도 신중해야"

등록 2024.07.05 15:51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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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선 갑론을박···"유저 낙인찍을 수도 있어"KCD 등재에 무게···"ICD 등재 내용, 빠진 적 없어""WHO, 자료 공유 없어···한국처럼 논의, 바람직해"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서 바라볼 때 엇갈리는 의견이 있다면 시간이 걸려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하면 (게임 질병코드 등재가) 질병의 원인과 결과를 뒤섞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진단조차 어려워지게 되는데, 객관적으로 판단해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논란은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에 해당 코드를 반영하면서 촉발했다.

현재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디지털 게임 또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임행동으로 통제력의 상실, 현저성(게임에 과도한 우선순위),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확대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나타나고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장 등에서 중요한 기능적 손상을 가져오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를 두고 전 세계 학계에선 여전히 갑론을박 중인 상황이다. 마띠부오레(Matti Vuorre) 틸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학계 역시 의견이 엇갈린 분위기"라며 "이 문제는 기준을 개인에 두면 치료 방식을 넓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질병 코드 부여 시 유저들이 마치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찍을 수 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를 임상(臨床)적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전했다. 앤드류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광범위한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사회에선 기술에 중독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이란 것은 게임이든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SNS)든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렇지만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임상 진단으로서 '중독이다'라고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범죄와 게임 간 인과 관계를 조명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앤드류 교수는 "과거 15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이 많았지만, 오랜 기간 조사에 따라 게임이 더 이상 주요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진 지 오래"라고 답했다.

게임 이용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주된 원인은 인간의 환경에 있다는 얘기도 첨언했다. 앤드류 교수는 "장르나 지역별로 바라볼 문제도 아니고 보통 사람이 어디에 흥미를 가졌는지, 상황과 심리적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부연했다.

이토록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주제지만, 우리나라에선 해당 코드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WHO의 ICD 코드에 등록된 게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아직 없다"며 "ICD-11(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등록된 코드는 KCD에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각국에서는 숙의 과정을 거쳐 자국 시스템에 등재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앤드류 교수는 "영국 경우, ICD-10을 도입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며 "수천개 질병코드가 있기에 정치적 결정에 따라 숙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논란을 키운 원인은 WHO 측에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마띠부오레 교수는 "WHO가 어떤 과정과 입장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학계와도 공유된 내용이 따로 없었던 터라, 논의가 가지각색"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세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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