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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신라면·불닭 불티나는데···농심·삼양식품, 지배구조 '낙제점'

유통·바이오 식음료 ESG로 본 K푸드

신라면·불닭 불티나는데···농심·삼양식품, 지배구조 '낙제점'

등록 2024.07.15 09:01

수정 2024.07.15 13:02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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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핵심지표, 농심 53.3%, 삼양식품 46.7%, 오뚜기 66.7%농심홀딩스, 남성 중심 폐쇄적 이사회···사내이사 과반 오너일가삼양식품, '반쪽짜리' 준수···평균 '턱걸이' 오뚜기, 사외이사 미흡

K-라면 대표주자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지난해 지배구조 '낙제점'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상장사 평균(62.3%) 그 이하였다. 오뚜기는 평균을 간신히 넘은 66.7%, 농심은 전년보다 13.3% 하락했고, 삼양식품은 첫 성적이다.

'주주 정책' 나란히 미흡···상장사 평균 미달


신라면·불닭 불티나는데···농심·삼양식품, 지배구조 '낙제점' 기사의 사진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은 올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발간했다. 삼양식품은 지배구조 핵심지표준수율 46.7%, 농심은 53.3%(농심홀딩스 46.7%)를 기록했다. 오뚜기는 전년과 동일한 66.7%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상장기업이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주주보호 원칙과 이사회 감독, 내부 감사기구의 업무 수행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올해는 핵심지표 준수 항목이 2022년과 일부 달라졌다. 감사기구에 대한 항목이 하나 줄고 주주에 관한 항목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이 추가됐다. 또 이사회에서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 아님'이 생겼다. 주주환원 정책과 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라면 3사는 모두 주주환원 정책에서 다소 미흡했다. 신설된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항목을 준수하지 못 했고,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정책과 중장기 배당정책, 주주보호를 위한 별도의 정책도 미비했다. 또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항목은 농심만 지켰다.

다만 이들 기업은 모두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 배당관련 정관 규정을 변경한 만큼 향후 배당 기준일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배당성향은 삼양식품이 가장 낮았다. 작년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오뚜기가 19.31%, 농심이 16.8%, 삼양식품이 12.4% 순이다. 주당 배당금도 삼양식품이 2100원으로 가장 낮았고, 농심 5000원, 오뚜기 9000원 순으로 높았다. 오뚜기는 2022년보다 배당성향이 높아진 반면 농심과 삼양식품은 낮아졌다.

농심홀딩스, '오너일가' 중심 소규모 이사회···3사 중 '꼴찌'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농심은 전년과 비교해 2023년 지배구조 핵심지표준수율이 13.3% 떨어진 53.5%,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20% 떨어진 46.7%로 나타났다. 농심홀딩스는 올해 신설된 2개 항목을 모두 지키지 못하면서 총 15개 항목 중 7개만 준수했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 항목은 농심홀딩스만 준수하지 못 했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은 전원 남성이다. 농심홀딩스가 현재 기업규모와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성별구성 특례 적용기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농심은 이사회 성별구성 특례 적용기업(자산총계 2조원 이상)으로,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재 농심홀딩스의 이사회는 신동원 농심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 총 4명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인지 여부'도 준수하지 못했다. 농심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이사회 의장은 역시 신 회장이다.

농심홀딩스의 이사회 부문은 최하위 수준이다. 우선 이사회 내 위원회가 없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이사회의 권한 일부를 위임해 해당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농심홀딩스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감사위원회 대신 상근감사 제도를 도입했다.

농심의 경우 위원회 설치 의무에 따라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경영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는 과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했으나 경영위원회는 전원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지주회사 특성상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소규모 이사회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단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철저히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이고 정보 비대칭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최고경영자 승계에 대한 별도의 선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있는 임원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정책도 미비했다. 임원별 성과에 따른 연계 보수 정책도 없다. 농심홀딩스의 경우 사외이사도 후보 추천과 관련한 내부 규정이 없고,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임원에 대한 기준이 느슨하고 이사회의 권한이 집약된 구조인 이유는 사내이사 과반이 오너일가이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농심홀딩스의 사내이사 3명 중 2명은 농심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회장과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다.

K-라면 대표주자인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중심의 해외 판매가 성장해 호실적을 거뒀다. 신라면은 작년 해외 매출이 7100억원, 국내 매출은 5000억원으로, 해외가 국내를 넘어섰다. 다만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영문 자료 주주환원 정책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농심홀딩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2.56%다.

농심홀딩스는 "임원 보수산정의 기준은 마련돼 있으나 개별 이사의 활동을 평가해 보수를 산정하지는 않는다"며 "단기적인 개별 이사의 성과보다는 회사 전체의 지속적인 성과 향상에 기반 한다는 생각 하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금액을 이사회에서 결정 및 지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오너 리스크' 오점···지배구조 성적 '반토막'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삼양식품의 2023년 기업 지배구조 핵심지표준수율 첫 성적은 46.7%다. 작년 말 연결 기준 자산 총계가 1조원을 넘기면서 올해 처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했다. 불닭볶음면 수출 확대로 공장 준공 및 증설, 이익잉여금이 쌓이며 자산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자산 총계 미달로 공시 의무가 없다.

삼양식품 역시 이사회 부문이 가장 취약했다. 삼양식품이 부합한 이사회 부문 항목은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이 유일했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사내이사, 강소엽 HSG 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 연구소 소장이 사외이사로 총 2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4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총 이사진이 8명이다. 김정수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인지 여부'를 지키지 못했다. 삼양식품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지 않은 이유로 '사업의 성장성'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농심홀딩스보다 이사회가 투명하고 체계적이나 일부만 갖춘 '반쪽짜리' 구조다.

일단 삼양식품은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이 활발하다. 삼양식품은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으나 투명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삼양식품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은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에 대해 해당 규정을 마련한 상태지만, 과거 횡령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으로 해당 사항을 준수하지 못했다.

해당 항목이 미흡한 건 삼양식품 오너일가의 일원인 김정수 부회장이 때문이다. 김정수 부회장은 2020년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횡령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취업 제한 조치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력이 있다. 이듬해인 2021년 법무부 특별 승인으로 취업제한이 풀리자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에 복귀했다.

삼양식품이 감사기구의 투명성을 강화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부회장이 횡령 혐의로 물러난 지 1년 만에 등기이사로 돌아온 만큼 '신뢰 회복'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ESG위원회 위원장을 도맡아 윤리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김 부회장이 횡령 리스크를 안고도 이른 복귀가 가능했던 건 삼양식품의 '불닭 신화'을 이끈 인물이어서다.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삼양식품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은 건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업무 진행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며 "사업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의사결정하기 위해 일원적인 구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턱걸이' 한 오뚜기···사외이사 기준 모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뚜기는 핵심지표가 일부 변경됐음에도 전년과 동일한 66.7%의 지배구조 핵심지표준수율을 기록했다. 신설된 항목에 대해선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 아님'을 충족했다.

오뚜기는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총 7명의 이사진을 두고 있는데, 지난 2022년 선경아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첫 여성 사외이사가 생겼다.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인지 여부' 항목을 준수하지 못했다. 반면 이사회 내 위원회는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갖추고, 각 위원회 구성원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한 기준은 모호했다. 오뚜기는 사외이사 개별평가와 공정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정형화된 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외이사 보수에 대한 별도의 정책도 없고, 보수는 성과와 관계없이 고정급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사외이사와의 거래 내역의 경우 선경아 부교수가 선임되기 전인 2021년 10개월간의 외식 컨설팅 강의 및 자문 관련 계약, 2022년 선경아 부교수가 소속된 가천대학교와 유산균에 관한 공동 연구 6개월의 내역이 존재한다. 오뚜기는 해당 거래에서 각각 1900만원의 강의료 및 자문료, 1800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주주 부문이다. 오뚜기는 라면 3사 중 유일하게 주주제안 절차를 홈페이지 등에서 상세히 안내하지 않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라면 3사 중 유일하게 영문 공시를 시작했다.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사업부를 본부로 격상하고, 본부장에 함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오뚜기의 해외 수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라면 3사 중 가장 미진해 이 부분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상법상 사외이사 선임자격 배제요건을 준수하고, 당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영문공시 1단계 의무화 대상법인에 속하지는 않지만 2024년 2월부터 외국인 주주를 위한 자율적 영문공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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