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중공업, 베트남 생산기지 추진···이원화 체제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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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베트남 생산기지 추진···이원화 체제 가속

등록 2026.07.01 15:55

김제영

  기자

범용 선박 해외 생산, 고부가 선종 국내 집중현지 협력 강화·생산 효율성 추구공급망 다변화·지정학 리스크 대응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중공업이 베트남 생산거점 구축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생산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 조선소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등 고부가 선종에 집중하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범용 선박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투트랙 체제'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HD현대가 먼저 구축한 해외 생산 전략에 삼성중공업까지 가세하면서 K-조선의 생산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 절차에 착수했다. 이사회 경영위원회 승인을 거쳐 설립을 추진 중이며 현지 협력사와 생산 및 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핵심은 해외 법인 설립 자체가 아니라 생산체계의 재편이다.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범용 선박은 베트남 협력사를 활용해 생산하고 국내 거제조선소는 LNG 운반선과 FLNG, LNG-FSRU 등 고부가 선종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추진해온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의 연장선이다. 설계와 핵심 기자재 조달은 직접 수행하되 블록 제작과 일부 건조 공정은 해외에서 맡기는 방식이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고부가 선종에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을 선택한 배경에는 공급망 재편도 자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중국 조선소와 협력하며 일부 생산 공정을 운영해왔지만 미국의 대중국 조선 규제 강화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베트남은 안정적인 제조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갖춘 데다 미국 규제 영향도 적어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생산 여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LNG 운반선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도크는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범용 선박까지 국내에서 모두 건조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생산거점 확보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으로 떠오른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베트남과 협력 기반도 마련해왔다. 지난해에는 페트로베트남 계열 조선소와 유조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조선·에너지 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도 구축했다. 이번 현지 법인 설립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생산체계를 현지로 확장하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이번 결정이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본다. HD현대는 이미 베트남과 필리핀 생산기지를 활용해 유조선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항만 크레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까지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역할 분담도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소는 LNG 운반선과 FLNG, 군함 등 기술집약적 선종과 연구개발(R&D)의 중심기지로, 해외 생산거점은 범용 상선을 담당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선사들이 고부가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 생산은 원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생산능력 확보와 공급망 안정,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전략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는 국내에서 기술집약적 선박을 만들고 해외에서 범용 선박을 생산하는 체제가 K-조선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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