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에 연체율 8% 돌파···자산 건전성 악화일로여신 잔액도 100조원 밑···예금 경쟁 심화에 우려의 시선도전문가 "특화 영업 도입하고 조달비용 낮출 방안 찾아야"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 4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나선다. 금감원은 지난 6월에도 저축은행 3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다음달쯤 지난 6월 진행한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이후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등을 5개 등급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자산건전성·자본적정성에서 4등급(취약) 이하로 받은 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을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를 받게되면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을 이행해야 한다.
금감원이 약 2개월 만에 다시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는 이유는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7%에 달했다. 은행(0.3%), 보험(0.8%), 여전사(1.9%), 증권(4.3%), 상호금융(4.9%) 등 다른 금융기관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기준 8.8%에 달한다. 지난 2021년 2.5%에 머물렀던 연체율은 2022년 3.4%, 지난해 6.6% 등 매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더욱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21%로,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0.97%)을 0.24%p나 웃돌았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은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액이 1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부실채권 증가 여파로 대손상각비가 3000억원 가량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위축됐다.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가운데 대출 자산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말잔)은 98조66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449억원 줄었다. 지난해 1월 이후 17개월 연속 쪼그라든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5월 2년 6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말잔)도 전월 대비 1조324억원 감소한 100조8861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1년 11월(98조6843억원) 이후 최저치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며 자본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SBI저축은행은 정기예금 상품을 대상으로 만기 9개월 구간을 신설하고 12개월 만기와 동일한 금리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장기간 자금 예치에 부담을 느끼거나 짧은 가입 기간에도 높은 금리를 원하는 고객들을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SBI저축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파킹통장)의 금리를 0.3%p 인상하기도 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2일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나날이적금(100일)' 상품을 출시했다. 100일 동안 매일 불입하면 최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이 상품은 연 2%의 기본금리에다 매일 입금할 때마다 1일 1회 0.1%p, 100일 동안 총 10%p의 우대금리가 더해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기본금리(12개월 단리 기준)는 2.50~3.40%다. 반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3.65%로, 시중은행 대비 최대 1.15%p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과 예금 금리 경쟁에 뛰어든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조달창구가 예금으로 일원화된 상황에서 조달비용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평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저축은행들이 높은 금리로 예금 자산을 늘리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상품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위험대출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처럼 특화된 영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ABS 채권을 발행하는 등 조달 수단을 다원화해 조달금리를 낮춰야 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위험대출보다 기업 대상 관계형 금융에 힘쓰고,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 및 디지털화를 통한 부가서비스를 제공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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