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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노소영 사칭해 21억 꿀꺽?···아트센터 나비 직원 횡령, 풀리지 않는 의혹들

산업 재계

노소영 사칭해 21억 꿀꺽?···아트센터 나비 직원 횡령, 풀리지 않는 의혹들

등록 2024.08.30 13:0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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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도 모르는 피해액"···재판 거듭하며 숨은 쟁점 포착단기금융자산 등 쌓아놓은 공익법인 운영 실태도 도마 위 檢 아트센터 나비 직원에게 징역 8년 구형···10월11일 선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 관장 관련 이혼소송 항소심 2심 2회 변론기일을 마친 후 씁쓸한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 관장 관련 이혼소송 항소심 2심 2회 변론기일을 마친 후 씁쓸한 표정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근이 거액의 자금을 횡령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공판을 거듭할수록 숨은 쟁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거액의 현금이 특별한 절차 없이 오갔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부실한 내부 시스템과 자금의 출처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나비에서 근무한 직원 A씨는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과 검찰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보면 A씨는 약 4년간 노 관장 명의로 4억3800만원 상당을 대출받고 노 관장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서 예금 11억9400여 만원을 빼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미술관 재무담당자 B씨에게 보내 '상여금 명목' 현금 5억원을 개인 통장으로 보내도록 지시하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11일 선고 공판을 열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26억이냐 21억이냐···'피해자' 노소영 관장도 모르는 '피해액'



다만 외부에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피해자 노소영 관장의 입장 등에서 상식이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감지돼서다.

들쭉날쭉한 피해액이 그 중 하나다.

사실 노소영 관장이 3월 비서 A씨의 횡령 건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할 당시 주장한 피해액은 총 26억원으로 알려졌다. A씨가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19억7500만원, 노 관장 명의로 대출 받았다는 1억9000만원, '상여금을 송금하라'는 문자메시지로 횡령했다는 공금 5억원 등을 포함한 액수다.

하지만 후속 절차가 이어지면서 숫자 등 사건의 내용엔 미묘하게 변화가 생긴다.

먼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유효제)는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피해액을 26억원에서 21억3200만원까지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체한 금액을 노 관장 측 주장(19억7500만원)보다 8억원 줄인 11억9400만원으로 줄이고, 명의도용을 통한 대출 피해액을 1억9000만원이 아닌 4억3800만원으로 3억원 확대했다.

사실 계좌이체와 대출은 입출금 내역이 명확하게 남기 때문에 피해액을 특정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은 고소장에 적힌 피해금액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노 관장으로서는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계좌 관리에 소홀했던 셈이다.

'노 관장 사칭 메시지' 하나에···의심 없이 5억 넘긴 재무담당자



관장을 사칭한 문자메시지 만으로 재무담당자가 공금을 개인 통장에 입금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평소에도 유사한 지시가 있지 않았겠냐는 합리적 의심을 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A씨는 B씨에게 "관장님의 세컨드 폰이니 번호를 입력해두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A씨는 해당 번호로 노 관장을 사칭해 "빈털터리가 돼서 소송자금이 부족하니 상여금으로 5억원을 송금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다. 이에 B씨는 A씨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요청액 전액을 송금했다.

여기서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비상식적인 B씨의 행동에 있다. B씨는 "관장의 말투를 따라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공금 5억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통상 공익법인은 국가보조금,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자금의 쓰임에 대해 직원의 '교통비'까지 공시자료에 기입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그러나 B씨는 7개월간 노 관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상여금을 통해 발생하는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 지 상의하려는 정황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B씨 행동은 엄연히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법(공익법 제5조)에서 공익법인은 상근임직원에게 승인된 보수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위해선 사업계획에 연간 인건비 지급 기준을 담아야 하며, 이사회 결의 등 근거도 필요하다.

하지만 B씨가 5억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5월은 통상 공익법인이 사업계획을 신고하는 1월과 시차가 크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의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해 14명의 직원에게 지출한 고정성 인건비는 8억4000만원 수준이며, 상여금 5억원은 이의 60%에 달한다.

공익법인에 거액의 현금이 왜?···사유화 논란 지속



아트센터 나비와 같은 공익법인이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을 놓고도 논란이 상당하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76억 원 상당의 현금과 그에 상응하는 단기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간 축적한 보조금과 기부금 등을 쓰지 않고 쌓아 놓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황을 종합할 때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 사유화'라는 논란을 비켜 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서 A씨가 '관장'의 일정 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했다고는 하나, 노 관장의 인감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인 노소영 씨'의 개인 업무도 처리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어서다. 공익법인의 사적 활용에 해당한다.

나아가 노 관장이 횡령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것이란 추측도 존재한다. 월 100만~5000만원이 무단 인출되고 1억5000만원이란 거액이 대출되는 가운데도 이를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짙다.

만약 횡령사실을 알고도 모종의 이유로 모른채 한 사실이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진다면 공익법인 존폐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인간 사기가 아닌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한 개인이 수십 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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