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통해 은행장 자리 꿰찼지만 1년 반만에 '흔들''당기순이익 1등' 목표 내세우며 '꼴찌 탈출' 안간힘도덕성·내부통제 강화에도 연이은 금융사고에 공염불
조병규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식을 도입해 선임된 첫 은행장이다. 취임 후 임 회장의 목표인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파트너로 1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올해 우리은행은 실적 측면에서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반복된 금융사고에 이 같은 성과는 빛이 바랬다.
상반기 최대 반기 실적···'1등 은행' 성공 가능성은 의문
조 행장은 2023년 7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하며 '영업력 회복'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이 내세운 것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다. 기업금융 강화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며 내세운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조 행장은 취임사에서 "제가 은행에서 가장 많이 했던 부분이 기업금융이고, 우리은행의 창립이념이 기업과 같이 하는 은행"이라며 "(기업금융이) 조금 약해진 측면도 있었는데, 국가가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개혁을 하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으로서 이를 잘 준비해 국가 발전과 함께하는 금융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강화 전략은 빠른 성장을 통해 타행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기도 했다. 조 행장은 취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우리은행은 조 행장 취임 후 중소기업 특화 채널 '비즈(BIZ)프라임센터'를 적극 확대했다. 지난해 7월 반월·시화를 시작으로 ▲남동·송도 ▲창원·녹산 ▲대구·경북 ▲울산 ▲호남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 ▲판교 ▲대전·세종 ▲청주·천안 등 지난달까지 총 10개 센터 개설을 완료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2분기 161조원이던 기업대출은 4분기 170조원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에는 175조원, 2분기에는 183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 행장이 내세운 '1등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조 행장은 올해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이 목표"라고 밝혀 주목받았으며 지난 7월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올해 당기순이익 1등 목표는 변함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지난해까지만해도 4대 은행 중 '만년 꼴찌'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우리은행이 1위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목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상반기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이 2조53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은 1조6735억원을 거둬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 이는 KB국민은행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충당금 이슈 때문으로 2분기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은 다시 4위로 내려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우리은행이 기업금융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당장 1등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무리하게 영업력을 확대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도덕적 조직문화' 강조했지만···횡령에 부당대출까지
조 행장에게 가장 뼈아픈 부분은 올해 연속적으로 터진 대형 금융사고다. 조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도덕성'을 강조하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도덕성이 근간에 내재돼야 한다"며 "제도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이 도덕성에 근거해 업무에 임할 수 있어야만 우리 조직의 평판과 신뢰가 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강조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는 올해 6월 대리급 직원이 대출 관련 서류를 조작해 회삿돈 1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지며 물거품이 됐다.
우리은행은 대출금 횡령사고 후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고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 등에게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조 행장은 직원들에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 약 350억원을 내준 사실이 금융감독원을 조사 결과 드러나며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감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감원의 칼끝이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새로운 지주 회장·은행장 체제가 1년 넘게 지속됐는데 이러한 수습 방식은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대응 방식을 보았을 때 과연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 현 경영진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국내 시중 은행장의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 임기를 추가로 연장하는 '2+1'의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은행의 경우 2020년 이후 단 한번도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앞서 이원덕 전 행장의 경우 임종룡 체제 출범을 앞두고 취임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권광석 전 행장도 2년 임기를 끝내고 연임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장 2+1으로 불리는데 취임 첫 해는 정비 기간이고 2년째에는 본인이 설계한 것을 중심으로 경영에 나서게 된다"면서 "보통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전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정기검사를 앞당겨 고강도 검사에 나서는 만큼 업계에서는 부당대출에 대한 특별검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부당대출이 발생한 우리은행 수장이 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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