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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불 붙은 '바이오' 패권경쟁···'이것' 준비 필요한 이유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불 붙은 '바이오' 패권경쟁···'이것' 준비 필요한 이유

등록 2024.09.13 15:10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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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바이오로 기술패권 확산중국 견제 수단 ESG···빅파마, 협력사에 요구"거래 배제될 수 있어, 반사이익 위해선 대응해야"

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 출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 출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기술패권 경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안'(Biosecure Act)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ESG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거래에서 배제될 수 있어 대응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13일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KPBMA FOCUS' 보고서를 통해 "미국, EU 등 주요국이 코로나 사태, 러·우 전쟁 이후 산업 경쟁력 저하, 무역적자 심화 등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제 안보를 목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자 주요국들은 해외 진출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앞세워 첨단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며 관세, 기술, 금융(투자) 등의 대중 견제를 심화시켰고, 바이든 행정부 이후 이행수단을 강화하면서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했다.

최근 기술패권 경쟁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바이오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선진국과 원료공급, 신기술 개발 속도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바이오, 에너지, 환경, 인공지능 등 64개의 핵심 기술에 있어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구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 순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은 57개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바이오분야 핵심 기술에는 합성생물학, 바이오제조, 신규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유전공학, 유전체시퀀싱·분석, 핵산 및 방사선의약품, 백신·의료대응기술 등 7개 기술이 포함되는데, 이 중 중국이 4개, 미국이 3개 기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합성생물학에 있어 세계 최고 10개 기관 중 10개 모두를 보유하고 있고, 영향력 있는 논문에 있어서도 57.7%를 차지해 13.1%를 차지한 2위 미국에 비해 4.4배 많았다. 바이오제조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10개 기관 중 9개를 보유하고 있고,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도 28.5%로, 2위인 인도(10.3%)보다 2.8배 많았다.

이에 중국을 견제하는 선진국의 움직임도 확대됐다. 미국과 EU는 첨단바이오 분야 기술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위해 정책, 제도 지원전략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중국 관세, 중국 첨단기술 품목까지 차단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완화) 정책을 유사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군사안보, 인권 침해 활용 가능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4대 핵심 기술(첨단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생명공학)을 선정하고, 올해 말까지 해당 기술의 경제안보 위협 요소를 평가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은 의회에서 지목한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고 중국 최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및 임상시험수탁(CR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등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글로벌 빅파마의 밸류체인 대상 ESG 요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글로벌 빅파마의 밸류체인 대상 ESG 요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박 위원은 최근 주요국들의 중국 견제 수단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밝혔다. 특히 환경과 인권 이슈를 활용하고 있으며, 첨단 산업 및 기술을 중심으로 밸류체인 전반에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원청기업이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를 요구했던 관행을 그대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들은 거래 협력사를 대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 과정에 대해 탄소 중립 등 목표 달성을 촉진하고, 인권, 플라스틱 규제, 생물다양성 등 ESG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 재생에너지 확대, 폐기물 및 포장재 감소, 물, 생물다양성 등 이슈를 인식하고 관련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급망의 협력사에 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RE100 캠페인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다.

RE100 참여 기업 수는 433개(제약바이오 24개)로 2050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화이자, 일라이릴리, 프랑스 사노피, 영국 GSK,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이 있고,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22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빅파마들은 사회 분야에서 의약품 접근성, 동물실험 윤리 정책 강화, 인적 자원 관리, 인권, 다양성 및 포용성, 윤리 경영 이슈를 인식하고 관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기업은 자사의 인권관리체계를 주요 협력사에 요구하고, 협력사가 다시 하위 협력사에게 인권을 관리하는 이른바 연쇄효과(Cascade Effect)를 유발하는 추세다.

게다가 지난 7월 발효된 EU의 공급망 실사지침을 통해 빅파마들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인권, 윤리적 위험 요인을 감사해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요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해당 지침은 EU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공급망 내 인권, 환경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실사 의무와 정보공개 책임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중국 제재조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지만 ESG 대응체계가 부족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수혜 산업으로 꼽히는 CDMO 사업의 경우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ESG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빅파마와 거래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대응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국내 한 CDMO 기업 관계자는 "최근 ESG 수준이 CDMO 기업을 선정하는 주요 판단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 능력이 떨어질 경우 글로벌 CDMO 사업을 영위하는데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밸류체인 대상 ESG 요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글로벌 빅파마의 밸류체인 대상 ESG 요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중소·중견의 작은 규모 업체가 많아 ESG 대응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절반 이상은 공급망 실사 및 해외 협력사 실사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ESG 수출규제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공급망 실사', '포장재법',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공시기준' 등 순으로 확인됐다.

또 조사대상 업체들은 대부분 공급망 실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아 해외 협력업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당이 집권해도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제재조치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선) 정부가 완제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의 핵심 품목에 대한 수급 전망, 교역 대상국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을 고려하고 기후·환경, 인권, 지배구조 규범 등 ESG 리스크를 식별해 산업과 기업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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