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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대감 높은 CDMO 수혜···'ESG·책임감' 수반돼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대감 높은 CDMO 수혜···'ESG·책임감' 수반돼야

등록 2024.08.02 15:4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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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국내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의 주요 수혜 산업으로 꼽히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이미 성공신화를 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뒤를 이을 수 있다는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준비가 아쉽기만 하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환자 데이터와 납세자의 돈이 해외 적대국의 바이오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거래 제한 대상에는 중국 최대 CDMO 회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BGI, MGI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주요 글로벌 CDMO 기업 중 매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생물보안법 통과시 우시의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고객사가 국내 회사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컨버런스인 바이오USA에서는 국내 CDMO 기업들이 차린 부스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시는 불참했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수주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고, 최근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0억6000만달러(1조46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회사가 수주한 계약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기업 3곳과 협의를 진행해 여러 차례 현장 실사를 받았고, 에스티팜은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와 RNA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올리고뉴클레오티드(올리고핵산)을 385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CDMO 기업들이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는 데엔 삼성바이오의 역할이 컸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위상을 구축하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의 신뢰도가 더해졌고, 중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과 미국기업의 품질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중견 CDMO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높은 기대감만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전세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파트너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중소·중견의 작은 규모 업체가 많아 ESG 대응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CDMO 기업 선정시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보는 추세다. 유럽 기업들은 기후변화대응 노력은 물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향후 계획까지 철저히 검토 후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율은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생물보안법 수혜 가능성을 보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사업을 본격화한 중견 기업 차바이오텍도 환경 부문 ESG 평가에서 최하점을 맞았다. CDMO 기업이 ESG 경쟁력을 구축하지 못하면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짓고 있는 후발주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고객층인 글로벌 빅파마들의 경영 추세를 반영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절감과 재활용을 위한 설비를 투자하는 등 ESG를 고려했다.

다만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선제적으로 압도적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거기에 더해 일반 항체의약품은 물론 ADC(항체약물접합체), CGT 등으로도 모달리티를 확장하는 상황이다. 우시 외 글로벌 CDMO 기업들도 생산역량 및 모달리티 확장을 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의 사업구조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규모와 모달리티 면에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간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은 오는 2027년이 돼야 첫 가동에 들어가는데, 단일 공장 하나의 규모가 12만 리터에 불과하다. 대신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의 우수한 인력은 롯데바이오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이 신약개발 등 다른 바이오사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고는 하지만 고도의 기술과 GMP 역량이 필요한 분야다.

후발주자들의 사업 성패가 한국 전체 CDMO 기업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와 노력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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