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83만원으로 상향···최소한도 삭제 '자사주 매입' 선언한 최윤범 회장 의식한 듯'쩐의 전쟁' 확전에 외부선 '승자의 저주' 우려
4일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상향하고 약 7%로 설정한 최소 응모 주식수 요건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특히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총수의 약 7%를 넘어서야 거래를 이행하겠다는 요건을 폐기했다. 그 숫자가 최소한도에 미달하더라도 계획대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의미다. 최대 매수 수량은 302만4881주(약 14.6%)로 기존과 같다.
이에 따라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대금은 기존 2조2700억원에서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공개 매수 조건이 변경되면서 6일 종료 예정이던 공개 매수 기간 역시 14일까지로 미뤄졌다.
아울러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최 회장 측과 같은 3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보통주 144만5036∼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6.98∼14.61%)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에 착수했다. 최초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었으나, 지난달 26일 한 차례 75만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대항매수로 응수한 최윤범 회장 진영을 의식한 결과물로 읽힌다.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과 함께 23일까지 고려아연 자사주 최대 372만6591주(18.0%)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당 매수 가격을 영풍·MBK 연합보다 10.67% 높은 83만원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공개매수 개시 당일엔 미리 설정한 최소 응모 주식수(12만5283주, 5.87%)를 삭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동시에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쥔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과 관련해서도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시장 분위기도 영풍·MBK 연합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최 회장 측 선언과 맞물려 고려아연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개장과 동시에 75만1000원으로 출발한 고려아연은 초반 77만4000원을 터치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그보다 2000원 많은 77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따라서 영풍·MBK 연합이 막판에 숫자를 바꾸지 않았다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최 회장의 승리로 귀결될 공산이 컸다.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웃돈다면 주주로서도 굳이 이들의 요청에 응할 이유가 없어서다.
양측이 연일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며 극단적 상황을 연출함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단 고려아연은 이른바 '쩐의 전쟁'이 가열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권 대출과 사모사채(회사채) 발행 등 최소 1조5000억원의 대응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최 회장 일가의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다음주 이사회를 계획하고 있는데, 맞대응 차원에서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다만 외부에선 우려가 상당하다. 분쟁이 총 5조원 규모의 머니게임으로 확전되면서 양측이 짊어진 부담 또한 커진 탓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재무 건전성 타격이 뒤따를 것이란 인식이 짙다.
변수도 존재한다. 영풍·MBK 연합이 낸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신청이 대표적이다. 만일 법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전 가처분을 인용하면 최 회장 측 공개매수는 중단된다. 심문기일이 8일이어서 가처분 신청 결과는 21일 이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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