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홀딩스, 홍콩 법인 정리···CR제약과 유통 계약알리글로 매출 목표 676억원···주요 보험사 처방집 등재독감백신·헌터라제 매출 회복, 3분기 호실적 전망
7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실적 개선을 위한 사업재편을 마치고 백신·알리글로 매출 본격화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지난해 국내 5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6266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9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2분기 누계 매출액은 7742억원으로 전년(7823억원) 대비 1% 줄었고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74.3% 감소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이 줄고,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독감 백신 매출 감소, 혈장 원가 상승 등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주력 부문인 백신과 혈액제제가 의료 대란 여파로 상급종합병원 관련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과 함께 엔데믹에 따른 검체검사서비스 수요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녹십자는 알리글로 출시 준비가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법인에서 고용한 직원의 인건비와 제품 발매 전 발생한 마케팅 비용 등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며 GC녹십자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올해 중국 현지법인을 정리하며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지난 7월 녹십자홀딩스는 홍콩법인 지분 전량을 중국 국영 기업인 CR(화륜) 제약그룹의 자회사 'CR보야바이오'에 매각했다. 홍콩 법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중국 자회사 녹십자 생물제품유한공사 등 6개 회사를 함께 매각해 18억2000만위안(약 3500억원)의 대금을 확보했다.
매각 계약과 동시에 GC녹십자·GC녹십자웰빙 주요 제품의 중국 내 판매를 책임지는 별도의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GC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을 통해 양사 간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오창공장에서 생산하는 혈액제제 '알부민'과 유전자재조합 방식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CR제약그룹을 통해 현지에 유통시키는 것이 골자다. 알부민은 혈액제제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중 하나로, 주산물인 면역글로불린은 미국으로 수출하고 알부민은 중국에 수출해 혈액제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CR제약그룹은 GC녹십자웰빙 히알루론산 필러의 중국 내 유통도 책임진다.
GC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동안 지속돼 온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일거에 제거하고, 재무적인 내실을 꾀할 수 있게 됐다"라며 "미국과 함께 중국시장을 통해 글로벌 도약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혈액제제 알리글로 역시 매출 본격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알리글로는 지난 7월 8일 미국행 초도 물량을 선적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알리글로의 투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3·4차의 후속 물량 출하도 이뤄졌다, 회사는 미국 현지법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직접 판매한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Primary Humoral Immunodeficiency)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회사는 품목허가 이후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처방집(Formulary) 등재를 위한 PBM 계약, 전문약국 확보 등 상업화 준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달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등 미국 내 주요 보험사 3곳에 알리글로를 처방집에 등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앞서 ESI(Express Scripts,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등 미국 내 3대 PBM(Pharmacy Benefit Manager, 처방급여관리업체)을 포함한 6곳의 PBM·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의약품구매대행사)와의 계약 체결도 완료했으며, 전문약국들과의 파트너십 체결도 마무리 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FDA 승인 후 추진해 온 보험사, PBM, 전문약국, 유통사에 이르는 수직통합채널 구축이 완성됐다. 회사는 6곳의 PBM·GPO 계약 및 3곳의 보험사 등재를 통해 당초 목표로 한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80%를 확보하게 됐으며, 추후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과 파트너십을 늘리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매출 5000만달러(약 675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6조원(116억 달러) 규모 세계 최대 시장으로, 지난 10년간(2013~2023년) 연 평균 10.9%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3분기 백신 부문 매출 인식이 예고된다. GC녹십자는 올해 보령바이오파마, SK바이오사이언스, 사노피,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과 함께 NIP 백신 공급사로 선정됐다. 녹십자가 265만 도즈로 최대 물량을 공급한다. 3분기는 독감백신 매출이 인식되는 분기로 약 600억원이 인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올해 태국 국가 접종 사업을 위한 입찰에서 2년 연속 입찰 물량 전량을 수주했다. 이번 입찰 물량은 407만 도즈로, 2014년 태국 독감백신 시장 진출 이후 누적 수주량 1000만 도즈를 돌파했다.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헌터라제도 매출 회복이 전망된다. 헌터라제 매출은 2022년 712억원에서 2023년 498억원으로 줄었는데,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녹십자 영업이익이 후퇴한 이유가 헌터라제 수입량 감소라고 분석했다.
실제 녹십자 매출은 2022년에서 2023년까지 4.9%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6% 감소하며 헌터라제가 녹십자 실적에 끼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헌터라제 등 일반제제류 매출액은 2086억원으로 매출 비율은 36.9%를 차지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헌터라제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알리글로 재고 조정과 독감백신 경쟁 심화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면서 "3분기는 헌터라제 매출 회복으로 호실적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 각각 알부민과 면역글로불린을 수출하며 실적 회복을 노릴 전망이다. 최근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창립 기념사에서도 이런 기조를 엿볼 수 있다.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용인 목암타운에서 열린 GC녹십자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 순조롭게 진출했으며, CR제약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중국 시장에 발판을 다졌고, 베트남에 최초의 유전자·암 전문 종합 진단·판독 기관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선 한 해였다"라면서 "임직원들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을 자양분으로 삼아 과감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알리글로가 녹십자 매출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미 BNK 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글로가 7월 이후 본격적인 매출발생이 시작되면서 3분기 약 200억원의 매출 인식이 전망되어 전체 외형성장세를 견인할 전망"이라면서 "알리글로 공장 캐파(생산능력)는 현재 수준으로 증설 없이 3000~4000억원까지 생산할 수 있으며 미국 내 혈액원 확보도 완료, 중장기적으로 1조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장기적인 이익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