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휘청'트럼프 2기' 우려 반영으로 풀이일각에선 국내 기업에 기회 전망도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5만5000원, SK하이닉스는 19만2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일 대비로 보면 각각 3.51%, 3.94% 빠진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날 장중 5만3800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이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기 시작한데는 트럼프발 우려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트럼프 2기 정권이 확정되면서 업계를 둘러싼 각종 우려들이 쏟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한차례 AI 거품론으로 홍역을 앓았던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AI 붐을 중심으로 살아났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투자 대비 수익에 직결되지 않는다며 'AI 거품론'이 부상했었다. 당시에도 이들의 주가는 휘청였고 우려의 시선들이 쏟아졌었다.
정작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펀더멘탈 자체는 나쁘지 않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거품론'을 정면 반박하듯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역대급 성과를 보여줬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우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매출액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거뒀다. 이는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도 상회했다. '반도체 겨울론'을 꺼내들며 목표주가를 낮췄던 모건스탠리가 자신들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보고서까지 냈을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작년보다 실적 성장을 이뤘다. 삼성전자 DS부문 매출액은 29조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고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물론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였던 4조~5조원대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면서 실망감이 커졌지만 역성장하지는 않았다.
또한 삼성전자가 고전했던 HBM에서도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특정 고객사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엔비디아의 HBM3E(HBM 5세대) 퀄 테스트(품질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글로벌 빅테크사들도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규모를 지속 확대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AI 거품론'이 기우임을 증명했다.
AI 거품론이 잠잠해지는 듯하다 이번에는 트럼프발 리스크가 부각되며 반도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당선인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워왔고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대해 "너무 나쁜 거래"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게 주요 골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보조금 축소 혹은 무산 등 여파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들이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펀더멘탈 측면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라 기업들이 영향을 받다 보니 이와 관련된 우려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나 중국 견제 조치가 있었고 발언은 굉장히 강하게 했지만 실제 정책 등에서는 합리적인 부분도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상황을 예단하긴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발' 우려의 시선들이 다소 과도하며 오히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정KPMG는 미 대선 후 낸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 견제책에 따른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유연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노력하고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 제고로 대중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기회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중국 봉쇄 정책으로 반도체 및 반도체 전방산업 내 중국 기업의 위축은 국내 기업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의 대중 반도체 봉쇄 정책은 디커플링을 통해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스마트폰 기업뿐 아니라 AI, 자율주행 등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특히 프리미엄 반도체와 후방산업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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