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대출 수요만 3兆인데···시중은행 공급 1/3 수준새마을금고 금리 상향·신협 추가 대책···농협도 '곧'김병환 "예외 없다"···당국, 부채 억제 기조 이어질 듯
은행들은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을 시작했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하에 한도를 제한하고 금리 경쟁에도 소극적인 모양새다. 시중은행과 경쟁을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던 일부 새마을금고도 중앙회의 '금리 경쟁 자제' 요청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둔촌주공 잔금대출 취급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취급하기로 한 대출 한도는 9500억원에 불과하다. 총 1만2032가구가 분양되는 둔촌주공 사업장은 사상 최대 재건축 단지로, 입주 관련 대출만 3조원, 전세 수요 대출까지 포함하면 8조원에 수준의 자금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시중은행이 공급하는 대출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총 취급 한도 3000억원, 5년 주기형 금리는 연 4.8% 수준으로 조건을 확정했다. 하나은행은 총 3000억원 한도, 농협은행 잔금대출은 총 2000억원 규모, 우리은행은 500억원 이내로 진행된다. 이들 은행은 입주 시점의 5년 주기형 고정(혼합형)금리를 적용할 예정인데, 대부분 4% 후반에서 5% 초반대가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조절을 위해 내년부터 잔금대출을 진행할 방침이다.
3조원 규모의 대규모 단지 대출을 두고 은행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통상 이같은 분양 사업장에서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타행 대비 금리를 낮추는 등 경쟁에 돌입한다. 하지만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엄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역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부채 관리 기조에 둔촌주공 집단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분위기"라며 "연말까지는 대출 한도를 더 늘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내년에도 상황을 봐야겠지만 당국이 관리를 이어간다면 금리 경쟁 등 소비자 혜택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새마을금고, 신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사도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감원이 상호금융권을 대상으로 대규모 입주 단지 잔금대출 관리 강화 방안 집중 점검에 나서면서다.
신협중앙회는 이날 14일부터 수도권 주택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신협은 다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구입 자금 대출과 비수도권 신협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한다. 또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해 각 조합의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상시 점검하여 가계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을 방지할 계획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을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등 기존 대출 억제 정책을 강화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집단대출 만기도 최대 30년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앞서 금리 경쟁에 나섰던 일부 새마을금고들은 이례적으로 접수 단계에서 금리를 상향했다.
이날부터 금감원의 현장조사가 시작된 농협중앙회도 가계대출 억제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세부적인 방안을 조정하는 단계로,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대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금융권이 대출문을 좁히자 둔촌주공 입주 예정자들은 자금 조달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국은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종합국정감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대출 규제 완화 없이) 지금 기준으로 하는 부분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못 박은 만큼, 예외적인 대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금융위원장이 둔촌주공 입주와 관련해서 특정 단지에 예외 적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따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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