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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K-CDMO에 부는 변화 바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K-CDMO에 부는 변화 바람

등록 2024.12.03 08:11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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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삼성바이오 출신 제임스 박 영입 셀트리온 '론자' 겨냥, CRDMO로 진출글로벌 영업 확대하는 삼바···역량 입증

K-CDMO에 부는 변화 바람 기사의 사진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가 대외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가 이달 결정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수혜를 받기 위해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바이오 문외한 '롯데', 인력영입·M&A로 진출 가속화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한지 2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다. 이번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새 수장으로 내정된 인물은 최근까지 지씨셀(GC셀) 대표이사를 지낸 제임스 박 대표다. 향후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제임스 박 신임 대표는 미국 머크(MSD),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를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부사장), 지씨셀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BMS 재직 시절 전임상 단계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의약품 공정개발 및 품질관리(CMC) 분야 실사에 참여해 라이선스 인·아웃 및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사업개발을 총괄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켰고, 지씨셀에서는 주력 제품인 자가 유래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의 기술이전 계약을 주도했다.

바이오 분야에 문회한인 롯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 영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과 동시에 초대 대표로 선임된 이원직 전 대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다만 의약품 수주 확대를 주도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 위해 수장 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CDMO 사업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삼성바이오로직스 DS/DP품질팀장, DP사업부장을 역임하다가 2021년 롯데지주에 영입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부터는 미국 시러큐스 소재 BMS 공장 인수, 송도 바이오 캠퍼스 건설 등을 추진하며 CDMO 사업을 본격화했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을 고집하는 이유엔 빠른 시장 진입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1위 CDMO 기업으로, 세계 최대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에 진출한지 10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올해 예상 연매출은 4조원 벽을 뚫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흥행과 달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별다른 수주 성과가 없었다. 시러큐스 공장이 당초 계획대로 80% 이상 가동률을 보이며 실적을 내고 있지만 지난 3월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이 착공에 들어감에 따라 순이익 규모는 매분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은 72억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고, 2분기 22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 기준 누적 손실 규모는 201억원에 달했다.

신규 수주 계약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크게 생산시설의 부재와 대표이사의 네트워크 역량이다. 시러큐스 공장 생산역량은 연 3만5000리터(L) 정도로 규모가 작고 이미 가동률이 80%에 달한다. 현재 건설 중인 1공장은 2027년 가동 예정이다.

생산공장과 트랙레코드(규제기관 승인)가 없는 후발주자에게 신규 수주를 따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대표이사의 역량이다. 해외에서 수주 경험이 있거나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력이라면 일단 스타트를 끊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존림 대표 취임 이후 잇단 글로벌 제약사 제품 수주와 신속한 규제기관 인증 획득으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그는 로슈,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제임스박 내정자 영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임직원들을 원활히 이어줄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회사는 송도에 1공장을 시작으로 각 12만L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2개를 더 지을 예정이다. 공장은 연면적 6만1191평(20만2285.2㎡) 부지에 지어지며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러큐스 공장에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ADC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

송도 공장과 시러큐스 공장과의 연계도 꾀한다. 공장 노하우와 인력을 활용해 송도 공장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시러큐스 공장에는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생산인력이 수백명에 달한다. 또 글로벌 제약사의 GMP 승인 경험도 갖추고 있어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에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임스 박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전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홍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CRDMO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홍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CRDMO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셀트리온 CRDMO로 영역 확장, 1조5000억원 투입


셀트리온은 기존 CMO(위탁생산) 사업을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로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최근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연내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중 국내에 20만L 규모의 공장을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CRDMO는 기존 임상시험수탁(CRO)과 위탁개발생산(CDMO) 업무 범위를 포괄해 약물 발굴부터 연구개발, 제조까지 의약품 개발 전 과정을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본래 CMO 사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회사는 지난 2002년에 설립돼 2007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승인을 받았다. 현재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외부 제품은 글로벌 제약사 테바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뿐인 것으로 알려진다. 테바와는 지난 2019년 첫 수주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이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시장성에 있다. 특히 중국 CRDMO 기업 우시앱텍·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생물보안법으로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자사의 의약품 개발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사업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홍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많은 파트너사에서 셀트리온의 기술로 용역 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진출을 결정했다. 1조5000억원을 내부 자금으로 준비해서 12월 중 셀트리온 100% 자회사로 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내년에는 국내 생산시설 착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20만L까진 한국에 짓고, 이후에는 비즈니스 상 유리한 곳에 추가 착공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에는 인력을 추가 충원해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인도 등에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2028년부턴 본격적으로 매출이 나올 것"이라며 "1만L당 최소 1000억원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항체, 다중항체 기술은 물론 정맥주사(IV), 히알루로니다제, 흡입형, 백신, 마이크로바이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각광받고 있는 주요 모달리티 개발 역량으로 경쟁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우리 제품에만 사용하지 않고 서비스 제품에도 적용하려고 한다. 우리는 항체 전문 기업이니 당연히 관련 기술을 제공해줄 수 있고 2027년 특허가 만료되는 히알루로니다제도 기술 내제화가 끝난 상태라 원하면 해줄 수 있다"며 "백신 제품은 없지만 mRNA플랫폼은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펩타이드 등도 기술이 있어 스위스 론자 같은 기존 CRDMO 경쟁사보다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삼바, 세일즈 역량 강화···글로벌 수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우시 바이오로직스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위탁개발(CDO)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한편, 세일즈 채널을 넓히며 글로벌 영업 활동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회사는 미국 보스턴, 뉴저지 등에 세일즈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 클러스터에 거점 확대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도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해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또 회사는 올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무대에서 개최된 대규모 제약·바이오 업계 콘퍼런스를 잇따라 참석하며 경쟁력을 알리고 비즈니스 네트워킹 및 수주 활동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대규모 신규 수주를 확보하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끈 케빈샤프 뉴저지 세일즈 오피스 헤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CDO 부문에서는 올해 연달아 신규 플랫폼을 출시하며 총 9개의 기술 플랫폼 및 서비스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2018년 CDO 사업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총 120건 이상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회사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회사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역량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연이은 '빅딜'로 선수주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회사가 올 들어 체결한 글로벌 수주 성과만 5조3000억원으로, 전년도 수주 금액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 10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체결한 1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은 작년 전체 수주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5공장 선수주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6월 전체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 1년 만에 풀(full)가동에 진입했고 미국 생물보안법 발의 이후 수주 문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18만L 규모의 생산공장으로, 작년 4월부터 인천 송도 11공구 제 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짓기 시작했다. 회사는 바이오 의약품 수요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공기를 동일 규모의 3공장(18만 리터)보다 약 1년(35개월→24개월) 단축했다. 5공장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 능력은 78만4000리터로, 전 세계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6공장 건설도 앞당겨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사는 오는 2032년까지 6~8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용량을 132만4000L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인오가닉(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외부 자원을 끌어들여 성장하는 전략으로, 직접 설립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DC 전용 생산시설도 짓고 있다. ADC 공장은 500리터 접합 반응기와 정제 1개 라인으로 구성된다. 이미 회사는 빅파마를 포함한 여러 고객사들과 ADC 제품 수주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달 말까지 공장 건설을 마무리한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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