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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사법 리스크 떨쳐낸 코오롱, 인보사 미국 임상 '순항'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사법 리스크 떨쳐낸 코오롱, 인보사 미국 임상 '순항'

등록 2024.12.03 16:00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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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미국서 인보사 임상 3상 투약 완료재출시 시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탈환 가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인보사'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코오롱은 앞으로 'TG-C'(인보사) 미국 출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형사재판 1심 판결 결과 회사와 전 대표이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3일 공시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은 과도한 추론에 기반했다"면서 "지나친 법적용"이라는 이례적인 비판을 가하는 등 국내 사법 리스크가 상당수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재판부 이례적 비판, 관련 혐의 모두 무죄


이번 재판의 시발점인 이른바 '인보사 사태'는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조·판매한 인보사 판매 허가를 취소하면서 시작됐다. 코오롱이 국내 허가 당시 '연골 유래 세포'라고 기재한 2액 성분이 실제로는 '신장 유래 세포'였다는 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승인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신장 유래 세포에 대한 종양 위험성 문제가 거론되며 식약처는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회사와 임원진을 형사고발 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회사와 임원진이 2019년 3월 이전인 인보사 허가·제조·판매 과정에서 성분이 바뀐 것을 인지했는지, 투자 유치나 상장을 위해 미국 FDA의 임상 중단 명령(CH) 등을 숨겼는지 등이다. 만약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서류를 조작하고 판매를 진행했다면 최대 징역형까지 가능한 혐의다.

검찰은 이 명예회장에 대해 징역 10년과 벌금 5000억원, 추징금 34억원을, 이 전 대표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500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개발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며 "검찰이 고의적인 사기극으로 잘못 추측해 기소했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기 어렵다"며 코오롱 측 손을 들어줬다. 자본시장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전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과 코오롱 담당자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에 착오가 있었다는 걸 상장 이전에 이미 인지했다고 봤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 착오에 관한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 31일 이후로 봐야 한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 허가를 다르게 받고서 고의로 판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자에게 안정성에 관한 부분을 속이고 판매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2액 세포의 기원 착오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검사가 객관적 자료를 제출한 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성분이 다른 인보사를 판매해 매출 160억원을 올렸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류와 실제 제품의 차이만으로는 범죄로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허가 과정의 시험 제품과 실제 판매 제품이 동일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출시된 인보사가 품목허가 과정 시험 제품과 완전히 동일하다며, 실제 판매된 인보사를 품목허가 때와 다른 의약품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성분 기재 착오에도 고의가 있다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1차 임상 중단(Clinical Hold·CH) 명령 사실 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CH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알린 바가 확인됐고, 고의로 은폐 또는 은닉했다는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회장의 주식 차명 거래 당시 명의를 빌려준 혐의(금융실명법 위반 방조)로 기소된 송문수 전 네오뷰코오롱 사장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다른 사건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은 유래 세포 변경 이후 안전성 우려는 없는지 과학적으로 검토해 우려를 해소했다고 보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을 승인해 1000명가량이 진행 중"이라면서 "반면 한국은 식약처가 허가 취소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고 임원진에 대한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수년에 걸쳐 막대한 소송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과학적 영역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선고를 마무리했다.

미국과 한국 당국의 조치를 비교하며 식약처와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이례적인 코멘트를 남긴 셈이다.

다만 사실상 '완승'을 거뒀음에도 이웅열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웅열 명예회장은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에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면서 "이번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미국 임상 3상 투약완료, DMOAD 수요 노려


인보사는 출시 당시 국산신약 29호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네 번째 자식'이라고 부를 만큼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중지 전까지 약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해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의 취소 소송' 상고심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1·2심 판결이 코오롱 측 패소로 끝나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허가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코오롱은 현재 미국 임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미국 FDA는 TG-C의 임상시험 3상 재개를 승인했다. 임상 2상에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한 데이터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환자 투약이 재개된 시점은 2021년 12월이다.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그룹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은 임상 재개 승인 4년 만인 지난 7월 'TG-C'(인보사)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2년간 임상환자들을 추적관찰하고 오는 202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또 적응증 확대를 위한 고관절 임상 2상 계획과 척추 임상 1상 계획도 승인됐다.

한국에서 동일 성분의 인보사 임상 3상이 무난히 진행된 만큼 업계에서는 미국 임상 역시 순항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계획대로 2027년 승인 후 2028년 미국 출시에 성공한다면, 2006년 미국 임상 1상 시작 후 무려 22년 만에 신약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환자 투약 재개 후 올해 1분기까지 들인 연구개발비만 1000억원이 넘는다.

코오롱티슈진은 TG-C 출시 시 시장 탈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데이터 브릿지에 따르면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9억6000만달러 규모(약 11조1678억원)로, 2031년까지 158억6000만달러(약 22조2547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골관절염 환자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418만명에 달한다.

현재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진통제나 히알루론산(HA) 주사 등 보조적 치료제로 이뤄졌다. 초기에는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주사제를 처방받다가 중증도 이상 골관절염으로 진행하면 인공관절 치환술이나 관절경 수술 등을 받는다.

이에 여러 제약·바이오사에서 무릎 연골의 근본적 개선을 돕는 '디모드(DMOAD)' 획득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보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TG-C가 관련 후보물질 중 선두 그룹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타네주맙과 로어시비빈트를 제외하면 미국 임상 3상을 마친 코오롱티슈진의 TG-C가 임상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만약 TG-C가 '연골의 구조적 개선'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면 최초의 디모드 획득 치료제 가능성도 커진다. 코오롱티슈진은 임상시험 연구에서 연골 구조 개선을 확인할 수 있는 'MRI 평가'를 2차 지표로 설정했다.

앞서 나간 후보물질 중 타네주맙은 글로벌 임상을 중단한 상태고, 로어시비빈트는 글로벌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유효성을 입증해 내년 상반기 내 허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인 기대는 큰 것으로 확인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은 코오롱티슈진이 연구개발 중인 골관절염 치료제 TG-C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정개발 계약을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과 지난 8월 체결했다. 코오롱바이오텍은 과거 국내에서 판매됐었던 인보사(현 TG-C) 전용 생산 설비 시설(B2 공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TG-C가 상업화될 경우 TG-C의 안정적인 공급처로서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후 상업화 시 미국, 일본 등 대형 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22년 싱가포르 주니퍼테라퓨틱스와 총 7234억원 규모 TG-C 기술 이전 계약을 맺고, 한국과 중화권(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연구개발·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 품목허가 취소 행정소송은 별개의 재판이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라 따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인보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해 오해를 풀고 동시에 미국에서 임상 3상 투약을 마친 TG-C(인보사)의 FDA 품목허가를 위해 더욱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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