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측 "1차 판정 무시한 결과" 유감 표명신창재 회장, 1조~2조원 가량 자금마련 숙제 떠안아"지배구조 미치는 영향 없어···주주가치 정상화 노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30일 내 외부기관으로부터 1주당 공정시장가격(FMV)을 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며 신 회장은 향후 1조~2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1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국제 중재판정부(ICC)에 2차로 제기한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FMV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30일 내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30일 내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에 20만 달러의 페널티를 부과 받는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정에 대해 "2021년 9월 1차 중재판정부의 판정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음에도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결정한 것은 1차 판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1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01%(1조2000억원)를 사들였다. 당시 어피니티는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상장(IPO)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지분을 신 회장에게 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가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신 회장과 체결했다. 이후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고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맺어온 안진회계법인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임했다. 어피니티가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최 회장 측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조122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풋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어피니티는 2019년 3월 신 회장을 상대로 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2021년 1차 중재 당시 중재재판부는 어피니티가 요구한 41만원을 이행할 의무가 없으며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가 요구하는 41만원의 절반 수준인 주당 19만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어피니티 측은 2022년 2월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이번 2차 중재판정에 따라 신 회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설 경우 '계약에 따른 제3의 평가기관 선임 및 그에 따른 주당가치 산정 절차 객관성'이 분쟁 해결의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단 신 회장 측은 2차 중재판정 중 평가기관 선임결정은 1차 중재판정의 기판력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있는 만큼 중재판정 취소 등의 법적 절차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주당가치 산정 절차에도 이목이 쏠린다.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FMV 산출 과정은 양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한 FMV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단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신 회장이 택하면 그 평가기관이 제시한 가격이 풋옵션 가격이 된다.
업계에서는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가 주장하는 41만원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2018년 10월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가 18만~21만원에서 책정된 만큼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가격인 24만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 또한 19만8000원이었다.
한편 교보생명 측은 이번 2차 중재판정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및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주요 재무적 투자자 등은 여전히 신 회장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이번 중재 결과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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