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ETF 4종 상품 업계 최저 보수에도 점유율 40% 붕괴트렌드 ETF 출시 늦어···올해 과열경쟁에 입지 축소 전망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8.17%로 순자산총액은 66조2580억원이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6.09%, 순자산은 62조643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양사의 점유율과 순자산총액은 많이 좁혀졌다. 지난 연말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단 2.08%포인트(p)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1.63%포인트로 2%포인트 내외로 좁혀지기도 했다. 순자산 격차도 연초 5조원에서 연말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운용 순자산은 연초 50조6577억에서 66조2580억원으로 30.7%, 미래에셋운용은 45조7652억원에서 62조6431억원으로 36.8%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3월 40.18%로 시장 점유율 40%를 유지한 삼성운용은 위기감을 느끼고, 같은 해 4월 보수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해외주식형 ETF 4종 보수를 기존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내렸다. 다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4월 말 삼성운용 점유율은 40%가 붕괴됐으며 이후 11월까지(38.10%)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12월 들어서야 소폭 반등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코리아 밸류업 ETF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08%로 인하하며 미래에셋운용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되려 독이 됐다. 업계 1위가 보수인하 경쟁을 유발하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했다는 것이다.
삼성운용이 보수를 인하하자 미래에셋운용은 '1년은행양도성예금(CD)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렸다.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일부 중소형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운용보수 인하에 동참했다.
통상 보수 인하는 운용사들의 '제살깎기'로 돌아온다. 삼성운용은 보수를 인하한 ETF 상품을 1억원 어치 팔아야 겨우 1만원을 얻는다. 또 다른 분야에서 수익을 내야 이익이 보전된다. 수익률이 낮다보니 상품 개발자들의 동기도 저하돼 고급 인력 이탈도 우려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상품은 지수 개발이 연동되어야 하는데 수익이 낮다면 굳이 어려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상품 출시 면에서도 삼성운용은 미래에셋운용에 뒤쳐진 상황이다. 지난해 양사는 각각 24개의 상품을 출시했다. 이 중 해외주식형 ETF는 미래에셋운용이 15개로 삼성자산운용 상품보다 3개 더 많았다. 2024년 12월 말 기준, 그간 출시한 해외ETF를 확인해 봤을 때 삼성운용은 79개로 미래에셋운용(88개) 대비 10% 더 적다.
개인 수요를 끌어들인 커버드콜ETF 에서도 삼성운용은 뒤처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1월 첫 ETF로 'TIGER 미국테크TOP10타켓커버드콜'을 선보인 이후 1년간 커버드콜 상품 6개를 출시했다. 삼성운용은 같은 기간 4개를 내놨다.
송태헌 신한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지난해 개인투자자 주식형 ETF 순매수 상위 유형은 S&P500, 커버드콜(해외), 나스닥100 등으로 미국주식(해외)에 집중됐다"며 "시장 대표지수 및 월배당 상품 등 전략적 자산배분에 해당하는 기본 자산군 상품을 주로 순매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 월배당 ETF 순매수액은 6조1700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17조1000억원의 36%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월 지급식 ETF 개인순매수 상위 현황을 살펴보면 10위권 내 5개 상품이 모두 미래에셋상품이다.
후발주자들의 약진도 삼성운용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삼성운용 점유율이 하락할 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외 ETF 호황에 힘입어 8개월간 점유율을 1.27%포인트 확대하며 매섭게 성장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0.35% 포인트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ETF 시장이 170조원으로 급격히 성장하기도 했고 올해 ETF 시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점유율 확보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며 "삼성이 ETF 시장 1위라는 수식어를 올해 지킬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도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의 가파른 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이들은 해외 ETF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2강 구도의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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