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급여 신설···과잉·남용 항목 급여화주기적 비급여 재평가·정보 공개 확대중증환자 중심 보장 개편···투명성 검토
9일 정부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급여 진료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치료 등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급여대상에서 제외돼 진료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하는 진료를 의미한다.
관리급여 신설·병행진료시 급여 제한 등 관리 구체화
이날 서남규 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 발표에서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2014년 11조2000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왔다"며 2023년 경우 2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10년이 채 되지 않아 규모가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 같은 진료비 증가 요인으로 실손보험과 결합한 경증 분야 비급여 항목 관리 미흡을 꼽았다. 비급여 가격과 진료기준, 사용여부 등을 시장의 자율 결정에 맡기면서 의료기관별로 가격 편차가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병·의원 중심으로 비급여 비중이 높고 ▲미용성형·치과 ▲검진 ▲예방접종 ▲시력교정 ▲첩약 ▲건강증진제 등 선택 비급여 항목 비중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급여 보고제 등 사후 비급여 관리에 대한 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신청된 신의료기술 평가 건수는 705건으로, 전체 대비 통과율이 고작 43%에 불과했다.
또 2022년 건강보험공단 비급여상세내역조사에 의하면 의료기관의 표준코드·명칭 사용률이 60%대인 것과 달리 선택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표준코드나 명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진료가 환자가 비급여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 의료공급자의 판단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과도한 보장과 미약한 심사체계 등이 현재 비급여 시장을 팽창하는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필수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급여체계 내 편입을 통해 건강보험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치료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항목은 일정기간 선별급여 운영 후 평가를 거쳐 급여화할 계획이다. 혁신성이 높은 항목일수록 비용 효과를 폭넓게 인정한다.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의 경우 '관리급여' 항목을 신설, 진료기준·가격 등을 설정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비급여 보고 등 모니터링을 통해 진료비·진료량·가격 편차가 크고 그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이 우선 적용된다. 관리급여 항목에는 낮게는 90%에서 높게는 95%까지 높은 본인부담률이 책정될 방침이다.
비급여 치료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미용·성형 목적의 비급여 행위를 하면서 병행되는 급여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될 예정이다. 다만 병행진료 필요성이 높은 경우 급여가 인정된다.
또 신의료기술평가규칙 도입을 통해 비급여 항목을 재평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비급여 항목의 재평가 후 안전성·유효성이 부족한 진료에 직권조정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기도 했다. 건강아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비급여 등재목록에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비급여 표준화와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주성분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선택 비급여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할 예정이다. 진료비 실태조사 표본기관과 비급여 보고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달 내 구축 예정인 비급여 통합 포털을 구축해 의료 질 정보 등 비급여 정보 제공 범위도 확대 예정이다. 포털을 통해 기존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 등에 산재한 정보를 한 곳에 제공하는 한편 최빈값, 중간값, 평균값 등 상세 가격정보도 민간 포털과 연계해 공시된다.
이밖에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급여 시 사전 설명 후 환자의 동의서 구득을 의무화하거나 진료 과잉 항목에 대한 면세 축소 등의 관리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서남규 실장은 "개선안을 통해 환자의 경우 꼭 필요한 치료를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으면서 가격과 안정성, 대체급여 진료 등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비급여 진료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의료 환경 측면에서는 건전한 의료공급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고, 충분한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 영역을 존중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중증 중심 보장 개편···보험료 부담 완화 취지
이어진 '실손보험 개혁방안' 발표에서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공정보상을 위한 실손보험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건의료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개혁특위 과제로 실손보험 개혁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그간 세 차례 실손보험을 개선했음에도 비급여 관리수단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비급여 관리수단이 부족한 가운데 비급여 진료 확대, 필수의료 기피 등 건강보험의 효과는 지속적으로 저해됐다.
문제가 되는 비급여 보장을 축소해도 다른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한편, 신의료기술 등장으로 범위도 지속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의료수요조절 정책의 효과를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실손의료보험 개혁안은 보편적 의료비 확보를 위해 중증과 비중증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골자다.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하되, 최저 자기부담률(20%)을 병행 적용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고 과장은 "중증질환자의 선별급여 의료비의 경우도 기존 최저 50%에서 90%까지 적용되던 본인부담률 대신 최저 자기부담률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며 "중증질환자를 토대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은 임신과 출산의 급여의료비를 새로 보장하는 개편안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보험개혁회의 논의에서도 언급된 내용으로, 급여 항목을 보장받기 위한 신규 코드를 발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주요 비급여에 대해 분쟁 조정기준을 신설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는 연동기준을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해당 개편안이 반영될 경우 전 세대 실손보험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울러 정부와 보험업계 간의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의료기관이 소비자에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질문하거나 이에 대한 광고·설명을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개정, 보험사의 실손보험 상품 공시를 강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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